미연 언니가 조카한테 들은 걸 들고 왔어요.
강미연 조카가 이더리움을 옮기는데 가스비를 냈대요. 기름 넣는 것도 아닌데 가스비라고 부른대요.
박예슬 그냥 보내는 건데 왜 돈을 내나요? 그 돈은 누가 가져가는 건데요?
저도 이름부터 걸렸어요. 그런데 들어보니 기름값이 아니라 순서값인 거예요.
우리 아파트에 공용 취사장 있잖아요. 화구는 몇 개 안 되는데 김장철엔 다들 몰리고요.
거기서 급한 사람이 어떻게 해요. 먼저 좀 쓰겠다고 사정하고 자릿값을 좀 얹잖아요. 그러면 순서가 앞으로 당겨져요. 한산한 평일 낮에 가면 그럴 필요가 없고요.
이더리움도 그렇대요. 여럿이 같은 장부를 나눠 쓰는데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먼저 처리해달라고 값을 얹는 게 가스비인 셈이죠. 붐빌 때 비싸고 한산할 때 싼 것도 취사장하고 똑같은 거예요.
또 하나 있어요. 그냥 보내기만 하는 일보다 이것저것 조건이 붙은 일이 값이 더 나간대요.
이것도 화구로 치면 그래요. 물만 끓이고 내려오는 사람하고 세 시간 곰국 고는 사람하고 같은 자릿값을 낼 수는 없잖아요. 자리를 오래 붙들면 그만큼 더 내는 거예요. 일의 무게만큼 값이 붙는 셈이죠.
박예슬 그럼 그 돈은 누구 주머니로 가나요?
그건 저도 정확히는 못 들었어요. 일부는 아예 없애버리고 일부는 처리해준 쪽이 가져간다고 하던데, 그 안쪽 셈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여기서는 저희가 물러설게요.
값을 왜 붙였나 하는 대목이 저는 제일 이해가 됐어요. 공짜면 아무나 냄비를 올려놓고 안 치우니까요.
취사장이 공짜라고 해봐요. 쓸 일 없는 사람도 자리부터 잡아놓고 볼 거예요. 그러면 정작 김장하려는 사람이 못 써요. 값이 붙어 있으면 필요한 사람만 오는 거예요. 문턱이 곧 질서인 셈이죠.
가스비도 그런 구실을 한다고 들었어요. 장난으로 무한정 밀어 넣는 걸 막는 문턱인 거예요.
기름값이 아니라 순서값이라는 것, 붐비면 비싸다는 것, 오래 붙드는 일일수록 더 낸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이 값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싸지는 길이 있는지 없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안에서 만드는 사람들 몫이라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