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새벽 얘기를 했어요.
강미연 잠이 깨서 봤더니 값이 저녁이랑 딴판이더래요. 이웃 언니가 그러는데 코인은 원래 그렇대요.
박예슬 원래 그렇다는 말로 넘어가면 안 되잖아요. 주식도 오르내리는데 왜 이쪽이 더 큰가요?
이건 저도 궁금했어요. 들어보니 두 가지가 다르대요. 재는 자하고 멈추는 장치인 거예요.
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 값은 크게 못 벗어나잖아요. 밭에서 얼마에 나왔는지, 옮기는 데 얼마 들었는지 다들 대충 아니까요. 자가 있으니까 값이 그 언저리에서 노는 거예요.
주식도 그런 자가 있대요. 그 회사가 한 해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나눠주는 돈이 있는지, 가진 게 뭔지. 그걸 보고 비싸다 싸다를 따지는 거예요. 자가 있으면 값이 자를 아주 멀리 떠나기는 어려운 셈이죠.
코인은 그 자리에 놓을 자가 다르대요. 벌어들이는 돈으로 재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남는 건 사람들이 그걸 얼마나 쓸 것 같으냐, 얼마나 갖고 싶어 하느냐인데, 그건 마음이라 하루에도 달라지는 셈이죠.
저는 이게 골동품 같더라고요. 배추는 한 포기 값이 있지만 골동품은 부르는 게 값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둘이면 값이 뛰고 아무도 안 찾으면 조용해지는 셈이죠. 자가 없는 물건은 원래 그렇게 노는 셈이죠.
두 번째가 저는 더 쉬웠어요.
우리 장은 열고 닫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리고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정해져 있고, 너무 요란하면 잠깐 멈춰 세우는 장치도 있대요. 사람들이 놀라서 우르르 몰릴 때 숨 고를 틈을 주는 셈이죠.
코인 쪽은 그런 게 없대요. 밤에도 새벽에도 문이 열려 있고 멈추는 장치도 없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놀란 사람이 놀란 채로 계속 살 수도 팔 수도 있는 셈이죠.
이건 가게로 치면 이래요. 문 닫는 시간이 있는 가게는 손님이 흥분해도 하룻밤 자고 오는 거예요. 자고 나면 좀 가라앉잖아요. 그런데 밤새 열어두면 흥분한 채로 계속 있는 거예요. 밤에 장 보러 가면 안 살 것까지 사 오는 것과 같은 거예요. 사람 마음은 밤에 더 커지고요.
박예슬 그럼 사는 자리가 여러 군데인 것도 상관이 있나요?
그것도 듣긴 했어요. 사고파는 자리가 나라마다 따로 서 있어서 한 군데서 크게 움직이면 옮겨붙는다고요. 다만 그 안쪽이 어떻게 도는지는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정리하면 이런 말이에요. 자가 약하고, 멈추는 장치가 없고, 문이 안 닫히는 물건. 셋이 겹치면 크게 흔들리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셈이죠.
앞서 알아본 반도체 회사들도 흔들리는 업종이었잖아요. 그건 공장 짓는 데 몇 해가 걸려서 생기는 어긋남이었고요. 여기는 재는 자가 다르고 쉬는 시간이 없어서 생기는 흔들림인 거예요. 흔들리는 이유가 저마다 다른 셈이죠.
지금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이 흔들림이 커질지 잦아들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다만 하나는 남았어요. 놀랄 일이 아니라 생김새라는 것. 원래 이렇게 흔들리는 쪽이더라, 여기까지가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전부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