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이번엔 이걸 물고 왔어요.
강미연 은행이니 카드니 하는 데는 알아봤잖아요. 그럼 증권은 뭐 하는 데래요?
박예슬 우리가 사고파는 건데 그 회사는 그 사이에서 뭘 하는 건가요?
저도 그게 늘 흐릿했어요. 그런데 심부름으로 옮기니까 풀리는 거예요.
앞서 은행이 어떻게 버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거기는 남의 돈을 맡아뒀다가 필요한 사람한테 옮겨주는 자리였어요.
여기는 다른 자리인 거예요. 내가 뭘 사고 싶다고 하면 대신 가서 사다 주는 집인 셈이죠.
미연 언니가 시장에서 대신 장 봐다 주던 아주머니 얘기를 꺼냈어요. 그분은 두부를 만든 적이 없대요. 만들지도 팔지도 않고 대신 사다 주기만 한 거예요.
강미연 그 아주머니는 심부름값만 받았대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첫째가 그 심부름값인 거예요. 한 번 오갈 때마다 조금씩 받는 셈이죠. 그런데 요즘은 이걸 거의 안 받는 데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이것만으로는 안 되는 거예요.
둘째는 맡겨둔 돈에서 나오는 몫이래요. 사려고 넣어두고 아직 안 쓴 돈이 있잖아요. 그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가 있는 거예요. 은행이 하던 것과 같은 짜임인 셈이죠.
셋째는 회사가 새로 자리를 마련할 때 그걸 주선해 주고 받는 몫이래요. 앞서 공모주가 뭔지 알아본 날에 나온 그 자리예요. 누가 그 절차를 다 밟아 주느냐 하면 이런 집인 거예요.
넷째는 자기 돈으로도 사고판다는 거예요. 여기가 좀 다른 대목인데요.
이게 저는 제일 알아둘 만했어요.
장 봐다 주는 아주머니가 자기도 두부를 판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손님이 부탁한 두부를 사 오면서 자기 두부를 먼저 챙기지 않을까 싶잖아요. 실제로 그런다는 게 아니라 그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거예요.
그래서 손님 것과 자기 것을 갈라 두라는 규칙이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장터를 연 집이 자기 가게를 제일 좋은 자리에 놓으면 말이 나온다던 얘기랑 같은 짜임인 셈이죠.
박예슬 그럼 규칙이 있다는 건 그런 일이 있었다는 뜻인 거잖아요.
또 하나 들은 게 있어요. 심부름값은 오가는 횟수에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사고파는 사람이 줄면 그만큼 벌이가 준다는 거예요.
우리 동네 심부름 가게도 명절 앞에는 바쁘고 한겨울에는 조용하잖아요. 그거랑 같은 거예요. 물건을 쌓아두고 파는 집이 아니라 오가는 걸로 먹고사는 집인 셈이죠.
이 대목에서 예슬이가 물었어요. 앞서 코인 거래소가 어떻게 버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거기랑 같은 거냐고요.
다르대요. 거래소는 사고파는 자리를 아예 열어 둔 쪽이고, 여기는 그 자리에 대신 다녀오는 쪽인 거예요. 장터를 연 집과 장 봐다 주는 사람이 다른 것과 같은 거예요. 다만 요즘은 그 둘을 같이 하는 데도 있다고 들었어요.
물건을 만들지도 팔지도 않고 대신 다녀오는 집이라는 것, 심부름값 말고도 맡겨둔 돈과 주선하는 일에서 번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장사도 같이 하니까 갈라 두라는 규칙이 붙는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