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이번엔 이 얘기를 들고 왔어요.
강미연 이웃 언니 조카가 그쪽에 다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기 약이 없대요. 남의 약을 대신 만들어주는 데라던데요.
박예슬 약 만드는 회사가 자기 약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럼 뭘 팔아서 사는 건데요?
저도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옮겨놓고 보니 살림에 있는 구조인 거예요.
이건 반찬 대신 만들어주는 얘기하고는 좀 달라요. 훨씬 까다로운 쪽인 셈이죠.
된장을 생각해보세요. 된장은 찍어내는 게 아니라 띄우는 거잖아요. 메주를 앉히고 온도를 맞추고 몇 달을 들여다봐야 하고요. 같은 메주를 줘도 어느 집 독에서 띄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이 회사가 하는 일이 그거래요. 약을 처음 궁리해낸 데는 따로 있고, 그걸 실제로 띄워내는 독과 손을 이 회사가 대주는 거예요. 궁리한 쪽은 독이 없고, 독 가진 쪽은 궁리를 안 하는 셈이죠.
박예슬 궁리한 데가 직접 만들면 되잖아요. 왜 남한테 맡기나요?
독을 갖추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그렇대요. 자리도 커야 하고, 안이 조금만 어긋나도 그 독을 통째로 버려야 한다고 들었어요. 김장독 하나 잘못 띄우면 그 독은 다 못 먹게 되잖아요. 그게 훨씬 크고 비싼 판인 거예요.
그래서 궁리하는 데는 궁리에만 힘을 쓰고 띄우는 건 잘하는 집에 맡긴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김장을 김치 잘 담그는 집에 부탁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잘하는 사람이 하면 실패가 줄어드는 셈이죠.
여기가 앞서 알아본 이야기들하고 겹쳐요.
독을 하나 더 앉히려면 자리를 짓고 갖추고 시험 삼아 띄워보는 데만 몇 해가 걸린다고 들었어요. 반도체 공장이나 전력기기 이야기에서 나온 그 사정이 여기도 그대로인 거예요. 주문이 밀린다고 내일 독을 늘릴 수 없는 셈이죠.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이런 독은 아무 데나 못 짓고 나라마다 허락을 받아야 한대요. 남의 나라에 내보낼 물건이면 그 나라 사람이 와서 독 안을 들여다보고 간다고요. 그러니 자리를 늘리는 게 더 더딘 말이에요.
같이 나오는 이름이라 물어봤는데, 셀트리온은 자기 이름으로 파는 쪽에 가깝다고 들었어요.
원래 있던 약의 권리 기간이 끝나면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 내놓을 수 있대요. 그걸 만들어 자기 이름으로 파는 거예요. 그러니 한쪽은 남의 것을 대신 띄워주고 다른 쪽은 자기 걸 만들어 파는 셈이죠. 같은 바이오 회사라고 불려도 서 있는 자리가 다른 거예요.
궁리하는 자리와 띄우는 자리가 나뉜다는 것, 독을 갖추는 게 어려워서 맡기는 쪽이 생긴다는 것, 그 독을 늘리는 데는 몇 해가 걸린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어느 자리가 더 나은지, 얼마나 남기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그 집 장부라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