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종이에 이름을 적어 왔어요.
강미연 남편 회사 사람이 그러는데 LG에너지솔루션도 삼성SDI도 에코프로비엠도 다 배터리 쪽이래요. 그런데 하는 일이 다르다던데요.
박예슬 다 배터리라면서 왜 어떤 데는 소재라고 부르나요? 그건 다른 얘기 아닌가요?
저도 그게 헷갈렸는데, 갈라놓고 보니 아주 간단한 거예요. 만드는 자리가 다른 셈이죠.
김밥 한 줄이 나오려면 손이 여러 군데 가잖아요.
김밥을 마는 집이 있고, 그 집에 단무지랑 시금치랑 김을 대는 집이 따로 있어요. 김발이나 칼 같은 도구를 파는 집도 있고요. 다들 "김밥 쪽 일"을 하지만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거예요.
배터리도 그렇대요. 다 만들어진 배터리를 내놓는 집이 있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대는 집이 따로 있는 셈이죠.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는 앞쪽이고, 에코프로비엠이나 포스코퓨처엠 같은 데는 뒤쪽이라고 들었어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저는 이 말들이 제일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것도 김밥으로 옮기니까 풀렸어요. 밥이 있고 속이 있고 그 사이를 가르는 김이 있잖아요. 배터리도 안에서 뭔가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오가야 하는데, 그 오가는 길을 만드는 재료들인 거예요. 이름이 어려운 거지 자리는 단순한 셈이죠.
박예슬 그럼 재료 대는 집은 김밥집이 잘돼야 같이 잘되는 건가요?
그 말이 맞대요. 김밥집이 하루에 백 줄을 말면 단무지도 그만큼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뒤쪽 집들은 앞쪽 집 사정을 따라간다고 들었어요.
여기서 한 겹이 더 있어요. 배터리를 만드는 집도 자기 마음대로 만들어 쌓아두는 게 아니래요.
차 만드는 회사가 "이런 걸 이만큼 달라"고 정해서 주문한대요. 그러니까 김밥집도 사실은 단체 주문을 받는 처지인 거예요. 급식소에 김밥을 대는 집을 떠올리면 쉬워요. 급식소가 이번 달 식단을 바꾸면 김밥집 일감이 통째로 흔들리잖아요.
그러면 그 뒤에 있는 단무지 공장까지 같이 흔들리는 셈이죠. 줄이 길수록 끝에서 더 크게 출렁이는 거예요.
한 묶음으로 불려도 앞쪽과 뒤쪽이 있다는 것, 뒤쪽은 앞쪽을 따라가고 앞쪽은 주문하는 쪽을 따라간다는 것. 저녁 먹고 나서 알아낸 건 딱 이만큼인 거예요.
어느 자리가 더 나은지, 어디가 얼마나 남기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어요. 그건 그 집 장부라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다만 이름을 들었을 때 어느 자리에 선 집인지는 이제 물어볼 수 있게 됐어요. 앞서 알아본 조선소 이야기에서도 그랬잖아요. 주문을 받는 자리인지 대는 자리인지가 그 집 사정을 거의 다 말해주는 말이에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