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끝나고 나오는데 비가 쏟아졌거든. 우산은 하나뿐이고 둘이 가야 하는 상황.
같이 쓰고 걸었어. 십 분쯤 걸었나.
건물에 들어와서 겉옷을 벗는데 어깨 한쪽만 다 젖어 있더라.
내 쪽은 멀쩡했어. 그러니까 걷는 내내 우산이 내 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거지. 나는 그걸 걸을 때는 전혀 몰랐다니까.
물어보니까 그러더라. 안 젖었는데?
이게 제일 걸리는 부분이야.
젖었으면 젖었다고 하면 되잖아. 근데 그렇게 말하면 상대가 미안해질까 봐 안 젖었다고 하는 거거든. 어깨는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입으로는 괜찮다고 한다니까.
나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좀 답답하더라.
동아리방에 그 얘기를 했어. 그랬더니 다들 자기 얘기를 하더라.
칼손 나는 그냥 안 씌워줘. 각자 젖는 게 편해.
불나방 나는 씌워주는 척하고 내가 다 쓰는데.
돌부처 나는 우산 두 개 들고 다녀.
돌부처 대답이 제일 웃겼는데 생각해보면 제일 낫더라. 하나 더 들고 다니면 아무도 안 젖잖아.
그날 이후로 나는 우산 같이 쓸 때 중간에 한 번 물어본다.
지금 어느 쪽이 젖고 있냐고. 그러면 대부분 그제서야 말해. 물어봐 주기 전에는 절대 먼저 말 안 하거든.
말 안 하는 애들은 참을성이 좋은 게 아니라 말하는 법을 안 배운 거더라. 우산이든 뭐든 똑같아.
이건 우산 얘기만은 아니잖아.
잘 안 풀린 날 방에 들어와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애들이 딱 저 얼굴이야. 어깨는 다 젖었는데 안 젖었다고 하는 얼굴.
나는 종목도 모르고 그 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어깨가 젖은 건 보이거든. 그거 보이면 수건이라도 던져주면 되는 거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오늘 젖은 채로 괜찮다고 한 애가 있으면 한 번 더 물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