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학기 전인지는 안 밝힐게. 아무튼 신입이 한 명도 안 들어온 학기가 있었다.
모집 안내를 문에 붙여놨거든. 근데 종이 끝이 말려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안 떼더라. 떼면 진짜 끝난 것 같으니까 다들 그냥 둔 거다.
나는 그때 부장도 아니었어. 그냥 앉아 있던 애였지. 근데 그 학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니까.
이게 웃긴 게, 다들 알고 있는데 입 밖으로는 안 내.
한 달쯤 지나니까 슬슬 눈치가 보이더라. 문이 열리면 다 쳐다봐. 근데 들어오는 건 늘 우리 중 하나야. 그러면 다들 다시 고개를 숙이더라니까.
불나방 원래 늦게 들어오는 애들도 있잖아요.
불나방이 저 말을 세 번쯤 했어. 세 번째부터는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더라.
중간에 한 번 크게 얘기가 나왔어. 왜 아무도 안 오냐는 거지.
방이 좁아서 그렇다, 이름이 이상해서 그렇다, 우리가 안 친절해 보여서 그렇다. 별별 얘기가 다 나왔어. 나중엔 서로 좀 날이 서더라.
칼손 저희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안 온 거 아닐까요.
칼손이 저 말을 했을 때 방이 조용해졌어. 다들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안 꺼내고 있었던 거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 학기에 신입이 안 들어온 동아리가 우리만이 아니었어. 옆 방도 그랬고 그 옆도 그랬대.
세 번째를 듣고 나는 좀 이해가 되더라. 안 오는 게 우리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올 여유가 없는 거였어. 그걸 우리 탓으로 몇 달을 씹고 있었던 거지.
여기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긴데, 그 학기에 우리 출석률이 제일 높았어.
이상하지. 사람이 제일 적었는데 다들 제일 자주 나왔다니까. 넷이 앉아 있는데 방이 꽉 찬 것 같은 날도 있었어.
돌부처 어차피 우리밖에 없잖아.
돌부처는 말이 짧은데 저게 그 학기를 제일 정확하게 말한 거다. 사람이 줄면 남은 사람들끼리 촘촘해지더라.
그리고 그다음 학기에 갑자기 셋이 들어왔어. 우리가 뭘 바꾼 것도 없는데.
그때 알았지. 안 들어온 학기에 우리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는데, 방을 안 닫은 게 한 거였어. 닫았으면 그 셋이 올 데가 없었잖아.
나는 주식은 하나도 모르는 애야. 종목 같은 거 아예 안 다뤄. 근데 이건 알겠더라.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기간을 견디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거.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까 다들 자기 탓을 하기 시작하거든.
지금 부장 하면서 내가 지키는 게 하나 있어. 사람이 없어도 방은 연다는 거.
아무도 안 오는 날에도 불은 켜놔. 누가 문을 열어봤을 때 어두우면 다시는 안 오거든. 그거 하나는 내가 할 수 있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