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버리기는 아깝고 둘 데는 없다고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파는 길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걸 누가 사느냐고 하시더군요. 사는 데가 있습니다.
온라인 중고 매입. 앱이나 홈페이지에 바코드를 찍으면 값이 바로 나오죠. 택배로 보내시면 되고, 집에서 끝나니 제일 편하죠. 대신 안 사주는 책이 많습니다.
동네 헌책방. 들고 가셔서 보여드리면 그 자리에서 값을 매기죠. 기계가 안 사주는 책도 받아주는 경우가 있죠. 다만 무거운 걸 들고 가셔야 하죠.
개인 거래. 값은 제일 낫죠. 대신 한 권씩 올리고 부치는 품이 듭니다. 전공서나 절판된 책이면 이쪽이 맞고요.
벼룩시장이나 나눔. 값은 거의 안 받는 대신 한 번에 정리됩니다.
기대를 미리 낮춰두시는 게 좋죠.
정가의 한 자리 수 퍼센트인 경우가 흔합니다. 스무 권을 보내도 밥 한 끼 값이 안 되는 일이 많죠. 그러니 돈을 벌려고 하시는 일은 아닙니다. 자리를 비우는 일에 가깝습니다.
값이 그나마 붙는 건 최근에 나온 책, 상태가 좋은 책, 찾는 사람이 꾸준한 책입니다.
미리 아시면 헛품을 더시죠.
교재와 문제집. 판이 자주 바뀌어서요. 푼 자국이 있으면 더 안 됩니다. 너무 오래된 실용서. 정보가 지난 책은 안 팔리죠. 상태가 나쁜 책. 젖은 자국, 심한 밑줄, 냄새가 배면 거절됩니다. 앞서 책에 적힌 남의 메모를 적었는데, 파실 때는 그게 값으로 돌아옵니다. 연필로 그으셨으면 지우시면 되고요. 전집. 자리를 많이 차지해 잘 안 받죠.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안 팔리는 책이 훨씬 많으니까요.
도서관 기증. 받는 관이 있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대개 최근 오 년 안에 나온 깨끗한 책이고요. 받은 책을 다 꽂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서가에 안 맞으면 다른 데로 보냅니다. 작은도서관과 지역 기관. 앞서 작은도서관이 느는 이유를 적었는데, 이쪽이 더 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 나눔 상자. 지하철역이나 주민센터에 둔 데가 늘었죠. 폐지로 보내기. 마지막 길입니다. 아깝게 여기실 일이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종이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파시기 전에 권해드리는 게 있습니다.
속에 뭐가 끼어 있는지 보십시오. 사진, 영수증, 편지가 나오죠. 저희도 반납된 책에서 자주 찾습니다. 적어두고 보내십시오. 앞서 읽은 책 기록 남기는 법을 적었는데, 목록만 남겨두시면 나중에 찾으실 때 쉽습니다.
안 보는 책을 들고 있는 것도 자리를 쓰는 일이다. 보내는 것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백 권쯤 정리하셨습니다. 판 건 스무 권, 기증이 서른 권, 나머지는 폐지로요.
받은 돈으로 새 책 두 권을 사셨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게 맞는 순환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