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물건을 하나 넘기려고 지하철역 앞에 나갔거든.
거기가 원래 그런 거래 많이 하는 자리야. 나 말고도 두세 팀이 서 있더라.
내 거래는 금방 끝났는데 버스를 기다리느라 좀 서 있었어.
옆에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뭘 주고받고 계시더라. 물건은 이미 넘어갔고 이제 돈을 보내는 단계였어.
아주머니가 폰을 꺼내서 아저씨한테 화면을 보여주셨어. 계좌 번호를 확인하시는 거였겠지.
아저씨도 자기 폰을 보여주시고. 둘이 서로 화면을 대조하는데 그게 좀 웃겼어. 어색하게 팔을 뻗어서 서로 보여주고 계셨거든.
그러고 나서 둘이 동시에 고개를 숙이시더라. 번호를 확인하시느라.
이상했던 게 그거야.
돈 얘기를 하는데 둘 다 웃고 계셨어. 번호 잘못 보내면 큰일 나는 상황이잖아. 처음 보는 사이고, 서로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데도 웃으면서 하시더라.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시니까 아저씨가 크게 웃으셨고.
동아리방에 와서 그 얘기를 했어.
칼손 나는 그거 무서워서 못 해.
불나방 나는 아무하고나 잘하는데.
돌부처 계좌 확인은 두 번 해.
돌부처는 저런 데서만 정확하다니까.
집에 오면서 생각해봤는데, 그 두 분이 웃을 수 있었던 건 이미 좀 믿기로 하셨기 때문이더라.
안 믿으면 웃음이 안 나오잖아. 얼굴이 굳고 말이 짧아지고 그러지. 근데 그 두 분은 그 단계를 이미 넘긴 거야. 물건을 주고받는 그 몇 분 사이에.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그게 되더라는 게 나는 좀 신기했어.
우리 방에서도 돈 얘기가 나오면 다들 굳거든. 회비 얘기만 나와도 조용해지고.
근데 오래 같이 있은 애들끼리는 그 얘기를 웃으면서 해. 시간이 쌓이면 그게 되는 거지. 그 두 분은 몇 분 만에 한 거고.
나는 종목도 모르고 남 거래에 낄 일도 없는 애다. 그냥 서서 본 거고.
근데 돈 얘기를 웃으면서 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더라. 그건 확실하다니까.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