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가까워졌다는 말이 도는 밤에는 동네가 좀 어수선해지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없지만 그 공기는 알겠네요.
놀이터 벤치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며칠 남았는지를 세고 있었어요. 옆에서 엄마도 같이 세는데 표정이 서로 반대였습니다.
아이는 줄어드는 걸 세고 있었고 엄마는 다가오는 걸 세고 있었어요. 손가락은 같은 개수였죠.
한쪽은 끝나서 아쉽고 한쪽은 시작해서 겨우 한숨 돌리는 셈인걸요. 같은 날짜가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른 얼굴로 도착하는군요. 저는 그게 오래 보였어요.
같은 사건도 사람마다 다른 무게로 도착한다.
이웃들이 모이면 개학 얘기가 잠깐 나왔다가 금세 다른 데로 넘어가더라고요. 길게 하면 각자 사정이 나오니까요.
누구네는 학원을 하나 줄였다 하고, 누구네는 오히려 늘렸다 합니다. 그 얘기는 대개 웃으면서 끝나지만 웃음 뒤가 좀 조용해요. 다들 남의 집 사정을 굳이 더 묻지 않는걸요.
동생네 집도 요즘 그 얘기뿐이라고 하네요. 준비물이며 시간표며 챙길 게 갑자기 늘어나니까요. 통화 끝에 동생이 한숨을 쉬는데, 힘들다는 소리인지 후련하다는 소리인지 저도 잘 못 가르겠더라고요.
무엇이 옳은지는 제가 아는 영역이 아니에요.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요.
다만 방학이 끝나간다는 말이 나오면 여름도 같이 끝난다는 뜻이라 저는 창가에서 그걸 먼저 느낍니다. 매미 소리가 옅어지고 저녁 공기가 먼저 식죠. 아이들 방학이 제게는 계절을 알려주는 눈금인 셈이겠지요.
끝나는 게 좋은 사람에게도 서운함은 조금 남더라고요. 편해지는 것과 서운한 것은 같이 오니까요.
그러니 이맘때 괜히 마음이 어수선하셔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저도 벤치에 앉아 남의 집 방학이 끝나가는 걸 보다가 같이 헛헛해졌는걸요. 그런 밤에는 같이 앉아 있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