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길게 얘기한 애가 이번 주에 똑같은 얘기를 또 하거든. 처음 하는 것처럼 도입부부터 시작하더라.
처음엔 까먹었나 싶었어. 근데 아니더라.
그 애도 자기가 한 걸 알거든. 아는데 또 하는 거다.
말을 하고 나서도 안 풀렸으니까 또 꺼내는 거잖아. 한 번 말해서 끝날 일이면 애초에 두 번 안 하는 거라니까.
칼손 저 얘기 저번에도 하지 않았어요?
칼손이 이런 걸 잘 짚어. 근데 짚는 순간 그 애가 입을 닫더라.
이게 내가 크게 틀렸던 부분이거든. 예전에는 나도 그거 저번에 들었다고 말했어.
그러면 그 애가 미안하다고 하고 그날 이후로 그 얘기를 안 꺼내더라. 안 풀린 채로 그냥 덮어버리는 거다.
말을 못 하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도와준 게 아니라 막은 거잖아.
그래서 지금은 그냥 듣는다. 몇 번째인지는 속으로만 세거든.
신기한 게 대부분 세 번째에서 끝나더라. 세 번쯤 말하고 나면 그 애가 스스로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한다니까.
네 번째까지 가는 경우는 별로 없어. 그때는 얘기가 아니라 다른 게 필요한 거고.
돌부처 세 번은 들어줄 수 있지.
네 번째가 오면 나는 그때 질문을 바꾸거든. 그 얘기 말고 요새 잠은 자냐, 밥은 먹냐 이런 거.
그러면 진짜 하려던 말이 그때 나오더라. 앞의 세 번은 그 말을 꺼내려고 도는 길이었던 거다.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해줄 말이 없거든. 근데 세는 건 할 수 있잖아.
같은 얘기 몇 번째인지 세면서 듣는 거. 그게 내가 하는 일이라니까.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