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갔거든. 자리에 앉으면 도망을 못 가잖아.
옆자리에 아주머니 두 분이 계셨는데, 파마 마는 동안 계속 얘기를 하시더라. 안 들으려고 해도 다 들린다니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그거였어.
두 분이 서로 얼굴을 안 봐. 거울 속으로만 봐.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대화는 거울로 하는 거지.
목소리도 그 얘기 나올 때만 반 톤 낮아지더라. 미용실 아저씨가 드라이기 켜면 그 사이에 말이 빨라지고.
동아리방에서 이 얘기가 나오는 순서는 정해져 있거든.
먼저 기분을 말해. 오늘 속상했다, 아까 놀랐다, 이런 거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나온다니까.
근데 미용실에서는 반대더라. 결론부터 나와. 어떻게 됐다는 얘기가 먼저 나오고, 기분은 끝에 한 줄로 붙어. 그것도 아주 짧게.
한 분이 한참 얘기하다가 마지막에 이러셨어. 그래도 애 학원은 보내야지.
그 말 하고 두 분 다 조용해졌다니까. 거울 속에서도 서로 안 봤어.
나는 그 한 줄이 제일 오래 남더라. 앞에 한 얘기 전부보다 그게 컸어.
동아리방에 와서 그 얘기를 했거든.
불나방 나도 우리 엄마가 저래.
칼손 어른들은 왜 결론부터 말하냐?
돌부처 시간이 없어서.
돌부처가 저렇게 말하니까 애들이 다 조용해지더라. 파마 마는 시간만큼밖에 없는 거잖아. 우리는 방에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수 있고.
나는 종목도 모르고 어른들 사정은 더 모르는 애다. 아는 척할 생각도 없고.
근데 순서만 다르지 하는 말은 똑같더라. 우리는 기분부터 말하고 어른들은 기분을 끝에 한 줄로 붙일 뿐이거든. 그 한 줄을 못 듣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못 들은 거다.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집에서 어른이 한 줄만 붙이고 말을 끊으면 그 한 줄을 기억해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