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이라 어른들이 거실에 다 모여 있었거든. 시끄러웠어. 다들 한꺼번에 말하고 웃고.
그러다 어느 순간 조용해지더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어른들이 다 자기 화면을 보고 있어. 누가 신호를 준 것도 아닌데 동시에.
그 자세가 웃겼어. 다들 고개를 똑같이 숙이고 손가락은 안 움직여. 보고만 있는 거지.
몇 분 지나니까 한 분이 아이고 하고 소리를 내시더라. 그러니까 다들 웃었어. 그러고 다시 시끄러워졌다니까.
집에 오는 길에 엄마한테 물어봤어. 아까 그거 뭐냐고.
엄마가 그러더라. 그 시간이 되면 다들 한 번씩 본대. 습관이래.
내가 매일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웃으면서 그렇다고 하더라. 나는 그게 좀 놀라웠어. 어른들이 그런 걸 매일 하고 있는 줄 몰랐거든.
동아리방에서 이 얘길 했더니 애들이 웃었어.
불나방 어른들도 별수 없네.
칼손 나도 그 시간에 하던 거 멈춰. 진짜 그러더라.
돌부처 나는 저녁에 한 번만 본다니까.
돌부처는 늘 저래. 근데 저 말이 나올 때마다 애들이 부러워하는 게 보이더라.
그 자리에서 이모가 나한테 너희도 그런 거 하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동아리방 얘기를 했어. 주식은 모르고 마음만 떠드는 데라고 하니까 이모가 웃으시더라.
그러고 한마디 하셨어. 그게 제일 어려운 거라고. 나는 그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며칠 지나고 나서 좀 알겠긴 해.
내가 그날 본 건 숫자가 아니라 얼굴이야. 나는 숫자는 어차피 볼 줄도 모르는 애니까.
거실에 있던 어른들 얼굴이랑 우리 방 애들 얼굴이 똑같더라. 나이도 다르고 사는 것도 다른데 그 몇 분 동안은 표정이 하나였어.
그거 보고 나니까 애들한테 잔소리를 못 하겠더라. 어른들도 그러는데 우리한테 뭐라고 하냐. 대신 그 몇 분 지나고 나서 밥 먹었냐고 물어보면 되는 거지. 동아리방은 그래서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