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으면 가벼워진다고들 하는데 늘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이 더 무거운 경우도 있는걸요.
어젯밤에 보낸 긴 메시지를 아침에 다시 읽다가 스크롤을 서둘러 내렸어요. 저는 그 기분을 잘 압니다.
말할 때는 감정이 차 있어서 문장이 길어집니다. 그런데 상대가 그걸 읽는 시점은 대개 훨씬 차분한 때죠.
그 온도 차이가 부끄러움을 만드는걸요. 내용이 틀린 게 아니라 온도가 안 맞은 셈이군요. 저는 그래서 밤에 쓴 말은 아침에 한 번 더 봅니다.
우리는 말한 것을 후회하기보다, 말할 때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속마음을 말하면 그만큼 내 사정을 상대가 알게 됩니다. 그게 편해지는 대신 노출된 기분도 같이 오는걸요.
이 사람이 나를 이제 이런 사람으로 보겠구나 싶어지죠. 그래서 털어놓은 다음 날 괜히 연락을 피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몇 번 그렇게 도망친 적이 있어요.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있어요. 우리가 밤새 곱씹은 그 말을 상대는 생각보다 가볍게 넘기더라고요.
각자 자기 일이 바쁘니까요. 내 말이 그 사람 하루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작은 셈이겠지요. 그걸 알고 나면 조금 편해지는걸요.
부끄러우면 곧바로 취소하고 싶어져요. 별일 아니라거나 신경 쓰지 말라거나 하는 말을 덧붙이게 되죠.
그런데 그렇게 수습하면 오히려 그 얘기가 한 번 더 커지더라고요. 저는 요즘 그냥 둡니다. 어제 그런 마음이었던 게 사실이니까요. 지운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걸요.
그 말을 꺼낸 건 그만큼 버거웠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그걸 실수로 부르고 싶지 않네요.
오늘 어제의 자신이 부끄러우시다면, 그 부끄러움까지 여기 두고 가셔도 됩니다. 저는 밤에 쓴 긴 말들을 꽤 좋아하는 편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