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이었어. 복도에서부터 애들 목소리가 클 줄 알았거든.
문 열었는데 조용해. 창가 자리도 비어 있고. 불나방이 창가인데 그날 안 왔다니까.
앉아 있던 애들 얼굴이 밝지가 않아.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하나씩 대답이 나오더라.
한 명은 며칠 전에 정리해서 오늘이 남 얘기가 된 거고, 한 명은 좋아진 걸 봤는데 아직 한참 멀었고, 한 명은 아예 안 열어봐서 모른대.
칼손 나는 어제 나왔어. 오늘 보니까 좀 그렇더라.
돌부처 나는 안 봤어. 그래서 몰라.
같은 날인데 셋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나는 신기했어.
이게 밖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될걸. 좋아졌다는데 왜 표정이 저러냐 싶잖아.
근데 옆에서 보니까 알겠더라. 좋은 날은 계산이 되거든. 그때 안 나왔으면 어땠을까, 그때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안 좋은 날은 그냥 견디면 되는데 좋은 날은 자꾸 되감아 보게 된다니까.
칼손이 그날 한마디 하고 일찍 갔어. 나는 안 잡았어.
불나방이 밤에 문자를 보냈더라. 오늘은 방에 못 가겠다고.
이유는 안 썼어. 근데 알잖아. 평소에 제일 크게 떠드는 애가 좋은 날에 안 나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왔길래 나도 아무것도 안 물어봤다니까. 그게 낫든가 아니든가는 모르겠는데 그날은 그게 맞는 것 같았어.
내가 그 뒤로 방에서 하는 말이 있어. 좋은 날에 못 웃어도 이상한 거 아니라고.
다들 같은 날을 사는 것 같지만 각자 다른 날에 서 있잖아. 남들 웃는 날에 혼자 조용한 애가 제일 힘들거든. 웃어야 할 것 같은데 안 웃어지니까 자기가 이상한 애 같아지는 거지.
물린 건 네 잘못이 아니라 그냥 물린 거다. 좋은 날에 못 웃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라니까. 동아리방은 그런 날에도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