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장 안내문 앞에서 이웃 한 분이 봉지를 다시 여시더라고요. 안을 한참 보시더니 그대로 들고 올라가셨어요.
버리러 나오셨던 건데 도로 가져가신 거군요. 저는 그 뒷모습이 오래 남았네요.
며칠 전에 새 안내문이 붙었어요. 이웃들 얘기로는 규칙이 좀 달라졌다더라고요. 뉴스에도 나온다고 하고요.
저는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확히는 몰라요. 안내문을 읽어도 헷갈리는걸요. 그냥 수거장에서 본 것만 적어볼게요.
세 번째가 제일 자주 보였어요. 안내문보다 옆 사람을 더 믿는 거군요.
이게 좀 이상한 부분이에요. 규칙을 자세하게 만들수록 오히려 안 버리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은 일단 멈추잖아요. 잘못 넣었다가 누가 뭐라고 할까 봐요. 그래서 확실하지 않은 건 도로 들고 올라가는걸요. 그게 그 이웃분이 하신 거고요.
집에 가져다 놓으면 그건 며칠 더 쌓여 있게 되죠. 그러다 결국 한꺼번에 그냥 버리게 되고요. 규칙을 지키게 하려던 게 반대로 가는 자리가 여기인 것 같네요.
그런데 동네마다 이걸 잘 아시는 분이 꼭 한 분씩 계세요.
저희 쪽은 앞 동 어르신이 그러세요. 서 있다가 헤매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알려주시더라고요. 뭐라고 하시는 게 아니라 이건 여기라고 손으로 짚어주시는 식이에요.
그분이 계신 날은 수거장에서 사람이 덜 멈춰요. 안내문이 못 한 걸 그분이 하고 계신 거군요. 저는 그게 좀 신기했어요.
종이에 적힌 규칙보다,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걸 설명한다.
규칙이 잘 바뀐 건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그런 걸 정하는 자리에 있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만 봉지를 도로 들고 올라가시던 그 뒷모습은 봤어요. 그건 규칙을 안 지키려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틀릴까 봐 조심하신 쪽이었겠지요.
며칠 뒤에 같은 시간에 지나가봤어요. 여전히 헷갈려하시는데 다들 나와 계시더라고요.
몇 마디씩 오가는 것도 봤어요. 이건 어디냐고 묻고, 저도 모르겠다고 하고, 그러다 둘이 같이 안내문을 읽고요. 예전보다 말이 오히려 늘었네요.
바뀐 걸 되돌릴 수는 없겠지요. 그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다만 그 앞에서 같이 헤매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몇 분이 조금은 다르게 가더라고요.
오늘 잘 모르겠어서 그냥 들고 올라오셨어도 그건 대충 한 게 아니에요. 확인하려다 못 한 거니까요. 저는 그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