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에 있는 책이 제일 좋은 책인 줄 알았다고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이게 만든 자리니까요. 어떻게 놓이는지 적어두겠습니다.
먼저 이걸 아셔야 합니다.
서점 앞쪽 평평한 대에 표지를 위로 해서 깔린 책들이 있죠. 그 자리는 파는 쪽이 정합니다. 잘 팔리는 책이 올라가기도 하고, 출판사가 값을 치르고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광고 자리인 셈이죠.
그러니 매대에 있다는 건 좋은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밀고 있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둘이 겹칠 때도 물론 있고요.
읽는 법을 나눠 적겠습니다.
입구 정면 매대. 가장 값이 큰 자리입니다. 신간과 화제작이 올라가죠. 계단 옆이나 계산대 앞. 충동적으로 집기 쉬운 자리입니다. 분야별 매대. 그 분야에서 실제로 잘 나가는 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쪽 매대보다 믿을 만하죠. 직원 추천 코너. 여기는 다릅니다. 사람이 읽고 고른 자리라 앞서 동네 책방이 다시 느는 이유에서 적은 것과 같은 값을 합니다. 서가에 꽂힌 책. 표지가 안 보이고 책등만 보이는 자리죠. 광고가 안 붙은 책들입니다.
매대와 붙어 있는 얘기라 적어둡니다.
순위는 그 서점에서 팔린 수입니다. 좋은 책 순위가 아니고요. 그리고 한꺼번에 사들이면 올라갑니다. 그래서 순위만 보고 고르시면 광고를 보고 고르시는 것에 가깝습니다.
다만 쓸모가 없진 않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뭘 읽는지는 보이거든요. 그건 그것대로 정보죠.
앞서 책 고를 때 첫 장 보는 법을 적었는데, 매대 앞에서도 같습니다.
집어서 펴보십시오. 자리가 어디든 첫 장 읽어보시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서가 쪽으로 한번 들어가 보십시오. 매대에 없는 책이 훨씬 많습니다. 앞서 서가를 걷다 책을 만나는 법을 적었는데, 서점도 마찬가지고요. 직원한테 물어보십시오. 작은 서점일수록 잘 아십니다.
저희도 앞쪽에 책을 깔아둡니다. 신착 코너와 주제 전시대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자리는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사서가 고릅니다. 그게 잘 고른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가 값을 치러서 거기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저는 서점 매대에서 본 책이 궁금하시면 도서관 목록에서 한 번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있으면 빌려 보시고 좋으면 사시면 되니까요.
앞에 깔렸다는 것은 누군가 그 자리를 골랐다는 뜻이다. 누가 골랐는지는 따로 물어야 한다.
그날은 서가 쪽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거기서 고른 책이 더 좋았다고 나중에 말씀하시더군요. 아무도 안 밀어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