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는 회비를 한 달에 한 번 걷거든. 액수는 진짜 얼마 안 돼. 다 같이 과자 사 먹고 커피 사 먹는 정도야.
근데 그날만 되면 방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더라.
평소에 제일 시끄러운 애가 그날은 조용해져.
늦게 들어와서 구석에 앉고, 눈을 잘 안 마주쳐. 회비 얘기가 나오면 폰을 보는 척한다니까.
처음엔 나한테 삐졌나 했어. 아니더라.
한 번은 그냥 두고 봤더니 그 애가 그날 삼십 분 만에 나갔어.
그다음 달부터 방식을 바꿨어. 회비 봉투를 책상 위에 안 놓고 서랍에 넣어뒀거든. 넣을 사람이 알아서 넣고, 나는 나중에 서랍만 열어봐.
누가 넣었는지 안 세기로 했고, 못 낸 달이 있어도 안 물어보기로 했어.
불나방 그럼 누가 안 낸지 어떻게 아냐?
칼손 몰라도 되지.
돌부처 나 두 달 밀렸어.
돌부처가 저렇게 말해줘서 오히려 편해졌다니까. 제일 안 밀린 애가 저렇게 말해주면 진짜 밀린 애가 숨을 쉬거든.
나중에 그 애랑 둘이 있을 때 물어봤어. 그거 얼마 한다고 그렇게까지 신경 쓰냐?
그 애가 그러더라. 돈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없다고 말해야 하는 게 어렵다고.
그 말 듣고 좀 멍했어. 나는 여태 액수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잖아.
우리 방에 잘 풀린 애도 있고 안 풀린 애도 있어. 티를 내는 애도 있고 안 내는 애도 있고.
부장이 할 일은 다 똑같이 맞추는 게 아니라 차이가 남 앞에 안 드러나게 해주는 거더라. 서랍 하나 여는 걸로 되는 거면 그게 제일 싸게 먹히는 방법이잖아.
나는 종목도 모르고 남의 사정은 더 모르는 애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근데 회비 걷는 날에 누가 조용해지는지는 안다. 그거 하나만 보고 있어도 방이 굴러가거든.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이번 달에 못 낸 게 있으면 다음 달에 내라.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