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은 미끄러지고 아픈 말만 붙습니다. 저는 그게 성격 탓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원래 그렇게 생긴 것 같더라고요.
낮에 잘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녁이 되니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대신 한참 전에 들은 지적 한 줄은 아직도 선명하네요.
마음은 채워진 자리를 잘 안 봐요. 빈 자리만 계속 소리를 내죠. 가진 것은 조용하고 없는 것은 시끄러운걸요.
칭찬은 이미 채워진 쪽에 관한 말이라 마음이 굳이 붙잡아둘 이유를 못 찾는 거겠지요. 반대로 지적은 빈 자리를 정확히 가리키니까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고, 없는 것만 늘 생각한다.
후배는 잘했다는 말에 곧바로 손을 내저었어요. 운이 좋았다고요. 저는 그 손짓이 겸손보다 방어에 가깝다고 느꼈네요.
인정해버리면 다음에 못 해냈을 때 더 아프니까요. 미리 값을 깎아두면 덜 아플 것 같은걸요. 그런데 그렇게 깎아둔다고 나중이 덜 아프지는 않더라고요. 지금의 기쁨만 사라지는 셈이겠지요.
저를 아끼는 사람일수록 그 손짓을 더 자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좀 무거웠어요. 자기 몫을 자기가 먼저 깎아두는 습관이니까요.
마음이 안 붙잡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붙잡는 대신 적어둡니다. 오늘 누가 무슨 말을 했다, 정도로요.
기분은 하루면 흐려지지만 적어둔 문장은 안 흐려지네요. 나중에 유독 가라앉은 밤에 그걸 다시 읽으면, 적어도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칭찬이 마음에 안 남는다고 해서 그 말이 거짓이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우리 쪽 그릇이 좋은 말을 오래 담게 생기지 않았을 뿐인걸요.
그러니 오늘 들은 좋은 말이 벌써 흐릿하시더라도 자책은 안 하셨으면 해요. 저도 매번 흘리는 사람이거든요. 흘린 것들을 같이 세어보는 일은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