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몇 번 시들려 보고 나서 저는 화분을 잘 안 들이게 됐어요.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잘 못 키우는 손이 따로 놀더라고요.
잎이 다 진 화분을 며칠 그대로 창가에 뒀습니다. 치우는 게 인정하는 일 같아서요.
물을 자주 주면 오히려 뿌리가 상한다고 하죠. 저는 그걸 몇 번 겪고 알았어요.
잘하려고 한 일이 그대로 해가 되는 경우가 있는걸요. 마음을 더 쓴다고 결과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화분이 먼저 알려주더라고요. 사람 사이에도 비슷한 데가 있겠지요.
우리는 종종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필요 없는 것을 준다.
제 방은 흐린 날이 많아서 볕이 오래 안 듭니다. 그런 자리에서 잘 사는 식물은 따로 있더라고요.
그러니 시든 게 제 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리와 안 맞았던 셈이군요.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조금 덜 자책하게 됐어요. 안 맞는 조합이라는 게 분명히 있는걸요.
다 시든 걸 알면서도 저는 며칠을 그냥 둡니다. 혹시 다시 올라올까 싶어서요.
대개는 안 올라오더라고요. 그래도 그 며칠이 저한테는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곧바로 치우면 너무 매정한 것 같으니까요. 천천히 보내는 편이 저는 낫습니다.
몇 번 보내고 나면 새 화분을 들이기가 겁납니다. 또 시들면 어쩌나 싶어서요.
그래서 저는 요즘 손이 덜 가는 종류로만 하나씩 들입니다. 잘 키우는 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같이 지낼 수 있는 정도로만요. 욕심을 줄이니 오히려 오래가더라고요.
식물 하나 못 키운다고 사람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걸 옆에 두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은 있었던 것이겠지요. 오늘 시든 화분 앞에서 잠깐 서 계셨다면, 그건 잘 지내고 싶었던 사람의 자리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