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끄고 십 초 뒤에 다시 켠 적이 있어요. 그 사이에 온 알림은 하나도 없었고요. 볼 게 있어서 켠 게 아니었더라고요.
피곤한데 안 자는 밤이 있어요. 그게 잠이 안 와서가 아니라, 하루가 아직 안 끝난 것 같아서일 때가 많더라고요. 종일 해야 하는 일만 하다 보면 내 시간이 하나도 없었던 셈이거든요.
그래서 잠들면 그 하루가 그대로 끝나버리니까 붙들고 있는 거예요. 늦게까지 화면을 넘기는 게 게을러서가 아닌걸요. 내일이 오는 걸 늦추고 싶은 마음에 가깝겠지요.
문제는 그 시간이 쉼이 되지 않는다는 거더라고요. 화면은 계속 새로운 걸 밀어 넣어주니까 마음이 멈출 틈이 없어요. 몸은 누워 있는데 머리는 계속 일하는 셈인걸요.
우리는 지루함을 피하려다 자주 더 큰 피로를 산다.
한 시간을 넘기고 나면 개운하기보다 허무한 쪽이 남죠. 그러고도 또 켜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다른 방법을 못 배워서 그런 것이겠지요.
밤에 화면을 아예 보지 말라는 말은 저도 못 하겠어요. 그게 유일한 자기 시간인 날이 있으니까요. 그걸 빼앗기면 하루가 정말 하나도 안 남는걸요.
저는 대신 순서를 바꿔봤어요. 자기 직전에 보는 대신, 저녁에 삼십 분을 먼저 떼어놓는 식으로요. 내 시간을 앞에 두면 밤에 덜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저는 요즘 화면을 끄기 전에 창을 한 번 열어요. 바깥 소리를 잠깐 듣고 다시 닫는 정도예요. 별것 아닌데 그게 하루를 닫는 표시가 되더라고요.
오늘도 늦게까지 화면을 넘기셨다면, 의지가 약해서라고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루에 내 몫이 없었던 날일수록 손이 잘 안 놓이더라고요. 내일은 그 몫을 조금 앞으로 당겨두는 것부터 해보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