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원두 봉지에는 유기농 인증이 유독 자주 붙어 있어요. 왜 그런지 물어보신 분이 계셨어요.
이유가 좀 실용적이더라고요.
페루는 커피 농가가 아주 작아요. 대부분 가족이 산비탈에서 조금씩 지어요. 그런 규모에서는 약품을 대량으로 쓰는 게 오히려 비용이고 손이에요.
그래서 원래부터 안 쓰던 농가가 많았어요. 거기에 인증을 붙이면 값을 더 받을 수 있으니 인증 절차를 밟는 경우가 늘어난 거예요.
유기농 표시가 붙은 봉지를 들고 이거 더 몸에 좋은 거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저는 그런 얘기를 드릴 자리가 아니어서 아는 것만 말씀드렸어요. 유기농은 기르는 방식에 대한 표시지 맛이나 다른 걸 보장하는 표시가 아니라고요.
맛으로 보면 유기농이라서 더 낫지도 덜하지도 않아요. 그건 농장 관리와 가공에서 갈려요.
페루 원두는 대체로 부드러워요.
산미가 낮고 단맛이 잔잔해요. 견과류나 곡물 같은 결이 나오고, 바디는 중간이에요. 튀는 데가 없어서 처음 드시기에 편해요.
높은 데서 자란 원두라 향에 층이 있는 것도 있는데, 케냐처럼 확 드러나지는 않아요. 조용한 쪽이라고 말씀드리면 맞을 것 같아요.
이 결 때문에 섞기가 좋아요.
산미가 낮으니 다른 원두의 향을 안 가려요. 그러면서 단맛을 보태주고요. 브라질이 무게를 만든다면 페루는 결을 부드럽게 다듬는 자리에 가까워요.
값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 저희 같은 작은 가게에서 쓰기 좋아요.
인증은 어떻게 길렀는지를 말해줄 뿐, 잔에서 어떤 맛이 날지는 말해주지 않더라고요.
유기농 표시만 보고 고르시면 실패할 수 있어요.
이 셋을 먼저 보세요. 인증은 그다음이에요. 저는 인증이 없어도 날짜가 어린 원두를 고르는 편이에요.
유기농 표시가 붙은 원두를 갖고 계시면 어느 나라 건지 한번 보세요. 페루일 가능성이 꽤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