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 상자가 늘 몇 개씩 놓여 있습니다. 저는 그게 언제부터 당연해졌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소리가 들렸어요. 꽤 오래 이어졌네요.
집에서 시켜서 문 앞에 놓이는 게 이제 기본이 됐죠. 저도 그렇게 삽니다.
그런데 그 편함의 반대편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이 있는걸요. 제 손에 안 들어오는 시간이라 평소에는 잘 안 보이겠지요. 발소리로만 그 시간을 확인하는 셈이군요.
편리함은 대개 누군가의 시간을 대신 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복도가 좁아진다고 불편해하는 이웃도 있고,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이웃도 있어요.
관리실 앞에서 그 얘기가 오간 걸 들었는데 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자기도 시켜 먹는다는 걸 아니까요. 그래서 결론 없이 흐지부지 끝나더라고요.
이 구조가 옳은지는 제가 아는 영역이 아닙니다. 저도 그 편리함을 쓰는 사람이고요.
다만 창가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리는 압니다. 비 오는 날에는 그 발소리가 더 급해지더라고요. 젖으면 안 되는 상자를 들고 뛰는 것이겠지요.
아침에 나가면서 상자를 들여놓을 때가 있어요. 그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밤에 그 발소리를 듣고 나면 다음 날 상자가 좀 달리 보이더라고요. 같은 상자인데 그 사이에 사람이 하나 들어와 있는 셈인걸요. 저는 그 정도를 알아채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열 시가 넘으면 계단이 조용해집니다. 그 시간에 저는 창을 잠깐 엽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몰라도 오늘 누군가 그 계단을 여러 번 올랐다는 건 기억해두려고요. 그런 밤에 마음이 좀 복잡하셨다면, 그 복잡함까지 여기 두고 가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