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빛바랜 책 한 권을 두 손으로 내미셨습니다. 대학 시절 빌린 책이 이사를 몇 번 하는 동안 책장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고요. 십 년이 넘었다며 고개를 숙이셨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오래 연체된 책을 부담 없이 돌려받는 행사를 여는 도서관이 있다고 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연체 기록을 묻지 않거나, 연체로 묶인 회원 자격을 풀어 주는 식이라더군요.
책이 돌아오지 않으면 도서관도 손해고, 빌린 사람도 마음의 짐이 남죠. 그 짐을 내려놓을 기회를 주자는 뜻이라고 들었습니다. 방식과 조건은 곳마다 다릅니다.
손님들이 들려준 이야기도 다양했습니다.
십 년 만에 책을 돌려준 손님. 볼 때마다 마음에 걸렸는데, 막상 돌려주러 오기가 부끄러워 계속 미뤘다고요. 행사 소식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하셨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책장에서 도서관 책을 찾은 손님. 아버지가 빌린 책이었다고요. 대신 돌려드리러 왔다며 그 책을 한참 쓰다듬으셨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엄마. 아이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림책이 소파 밑에서 나왔다고요. 아이가 직접 반납대에 올려놓았죠.
늦게 돌아온 책을 받으면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이 손에 느껴지죠. 어느 집 책장에서 십 년을 보냈을지, 누가 몇 번 펼쳤을지.
그리고 앞서 도서관 연체를 적으며 했던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연체 규칙은 책이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지, 사람을 벌주려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그 규칙이 너무 무거우면 오히려 책이 돌아오지 못하게 막기도 합니다. 부끄러워서 못 오는 사람이 생기니까요.
늦게 돌아온 것을 꾸짖으면 다음에도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온 것을 반기면 다른 것들도 길을 찾는다.
그 손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요. 손님이 그제야 고개를 드시더군요. 그러고는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이번엔 꼭 제때 돌려주겠다고 웃으시면서요.
돌려주지 못한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저는 늦게라도 돌아오는 발걸음을 반기는 자리를 지키며, 그 문턱을 조금씩 낮춰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