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나흘 전에 들은 말을 토씨까지 그대로 옮기더라고요. 별거 아니라면서요. 별거 아닌 말을 나흘이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면 그건 별거인 셈이겠지요.
크게 다툰 말은 오히려 정리가 돼요. 사과를 받거나 싸우거나 끝을 보니까요. 그런데 지나가듯 던진 한마디는 따질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남더라고요.
따지면 예민한 사람이 되고, 안 따지면 마음에 남고요. 그 사이에서 아무 데도 못 가는 말이 제일 오래 걸리는걸요.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고 어떤 날은 오래 가요. 말 자체보다 그 말이 닿은 자리가 어떤 상태였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더라고요.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이 건드린 오래된 자리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넘긴 사람과 며칠을 앓는 사람이 갈려요. 예민함의 차이가 아니라 이미 눌려 있던 자리의 차이인걸요.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계속 해석하게 되죠. 나를 무시한 건가, 그냥 습관인가 하면서요. 그런데 그 해석은 답이 나오지 않아요. 정답은 말한 사람 안에 있고, 물어봐도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해석을 오래 하면 그 사람이 내 안에서 며칠씩 살게 돼요. 정작 그쪽은 그 말을 한 것도 잊었을 텐데요.
저는 그런 말이 걸리면 그냥 소리 내어 옮겨봐요. 그가 이렇게 말했고 나는 그게 서운했다, 정도로요. 머릿속에서 도는 동안에는 커지기만 하는데 밖으로 나오면 크기가 정해지더라고요.
그 말이 오늘도 돌아왔다면, 잊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오래 걸린다는 건 그만큼 아픈 자리를 건드렸다는 뜻이겠지요. 그 자리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그 말이 조금 작아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