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쓴 물건이 고장 나면 아까운 것보다 서운한 게 먼저 오더라고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꽤 많은 분들이 그렇다고 하시네요.
손잡이가 떨어진 머그컵이 사흘째 싱크대 옆에 있어요. 쓸 수도 없는데 버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컵이 아까운 게 아니에요. 그 컵으로 마신 아침들이 아까운 거죠.
물건은 그 자체로는 별것 아닌데 시간을 담고 있으면 달라집니다. 같은 값을 주고 똑같은 걸 다시 사도 그 시간까지 따라오지는 않는걸요. 그래서 대체가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겠지요.
우리를 붙드는 것은 대개 물건이 아니라 그것에 얽힌 시간이다.
버리는 순간 그 시절이 끝났다는 걸 인정하게 돼요. 저는 그 절차가 싫어서 자꾸 미룹니다.
고장 난 걸 그대로 두면 아직 안 끝난 것 같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둔다고 시간이 되돌아오지는 않더라고요. 다만 조금 천천히 보내는 정도는 되는 셈이군요.
새것이 더 좋은 건 알아요. 손잡이도 멀쩡하고 이도 안 나갔겠지요. 그래도 새 컵은 아직 제 아침을 하나도 모르는걸요. 좋은 것과 익숙한 것은 서로 다른 값이더라고요.
저는 곧바로 버리지 않고 며칠 그냥 둡니다. 눈에 보이는 자리에 두고 지날 때마다 한 번씩 보는 거예요.
며칠 지나면 이상하게 힘이 빠져요. 서운함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크기가 줄어드는걸요. 그때 버리면 덜 아프더라고요. 급하게 치우면 나중에 오래 생각나겠지요.
낡은 걸 못 버리는 사람은 대개 정을 많이 주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게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네요.
버리지 못해 남겨둔 것들은 결국 아끼며 살았다는 증거니까요. 오늘도 못 버린 물건 앞에서 잠깐 서 계셨다면, 그 마음을 유난이라 여기지 않으셨으면 해요. 같이 아까워해 드릴 수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