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걷고 싶어지는 건 운동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집 안에서는 생각이 안 멈춰서인 것 같더라고요.
늦은 골목에서 저처럼 혼자 도는 사람을 몇 번 마주쳤어요. 서로 아는 척은 안 하지만 왜 나왔는지는 대충 알겠네요.
같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 생각이 자꾸 부풀어요. 방이 조용할수록 더 그렇죠.
그런데 걷기 시작하면 몸이 할 일이 생겨서 머리가 조금 조용해지더라고요. 해결된 게 아니라 잠깐 자리를 비켜준 것에 가까운걸요. 그 잠깐이 필요해서 나가는 거겠지요.
우리는 대개 고통에서 벗어나 있는 짧은 순간을 행복이라 부른다.
낮의 거리에는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요. 밤에는 그게 절반쯤 꺼져 있죠.
가게 간판이 꺼지고 사람이 줄면 세상이 조금 헐거워집니다. 그 헐거운 데서는 나 하나쯤 어디로 가든 아무도 신경 안 쓰는걸요. 그 무관심이 낮보다 편할 때가 있더라고요.
걷다 보면 낮에 그냥 지나친 것들이 눈에 들어와요. 문 닫힌 세탁소 앞 의자라든가, 아직 불이 켜진 창 몇 개 같은 것들이요. 그런 걸 세면서 걷다 보면 생각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오더라고요.
저는 어디까지 갔다 오겠다고 정하지 않습니다. 정해두면 그것도 해내야 할 일이 되니까요.
그냥 발길 닿는 데까지 갔다가 돌아섭니다. 다리가 좀 무거워지면 이상하게 마음도 같이 가라앉더라고요. 몸이 먼저 지치면 생각이 그만하자고 하는 셈이군요.
돌아오는 길은 대체로 나갈 때보다 걸음이 느립니다. 급할 게 없어진 셈이겠지요.
걷는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아요. 저도 답을 안고 나갔다가 그대로 안고 들어옵니다.
다만 나갈 때보다는 조금 가벼워져 있더라고요. 밤공기가 그 정도는 해주는 것 같네요. 오늘 밤도 그래서 나가셨다면, 돌아오는 길에 여기 잠깐 들르셔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