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같은 말이 며칠 반복될 때가 있거든. 아침에도 저녁에도 같은 자막이 지나가.
그러면 며칠 뒤에 동아리방에서 그 말이 나오더라. 누가 가져왔는지도 모르는데 다들 쓰고 있다니까.
한번은 내가 그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거든. 넷이 대답했는데 넷 다 달랐어.
웃긴 건 넷 다 자신 있게 말하더라.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불나방 그거 다 아는 거 아니냐.
불나방이 제일 자신 있게 틀리더라. 늘 그래.
이게 좀 무서운 거거든. 뜻을 모르는 채로 말만 도는 거.
말이 돌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그 말을 안 쓰는 애가 이상한 애가 되잖아. 모른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거다.
그래서 다들 아는 척을 하게 되더라. 나도 그래본 적 있다니까.
돌부처 나는 모르면 모른다고 해.
돌부처가 이런 건 진짜 잘하긴 해.
그날 이후로 규칙을 하나 만들었거든. 새로 도는 말이 나오면 화이트보드에 적어두고 아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그냥 둔다.
그 밑에는 아무 말도 안 적어. 누가 아는 척으로 채우면 그게 그대로 사실이 돼버리잖아.
며칠 지나면 진짜 아는 애가 한 명쯤 나오더라. 그때 그 애가 밑에 한 줄 적는다. 아무도 안 나오면 그냥 며칠 더 비워둔다.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뜻을 알려줄 수는 없다. 대신 모른다고 먼저 말하는 건 내가 제일 잘하거든.
부장이 모른다고 말하면 애들도 모른다고 말하기가 쉬워지더라. 그거 하나는 내가 쓸모가 있긴 해.
말이 다 아는 말이 되면 그때가 제일 이상한 때라니까. 뉴스에서 들은 말은 뉴스에 두고 오는 게 낫다.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