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온 애들은 의자를 끝까지 안 빼거든. 반쯤 빼고 걸터앉아. 언제든 일어설 수 있게.
그러고 십 분쯤 지나면 꼭 이걸 물어. 뭐부터 하면 되냐고. 백이면 백이라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야. 종목도 모르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라. 그래서 그 질문에 대답을 못 해.
처음엔 미안했거든. 부장인데 아는 게 없으니까. 근데 몇 달 하다 보니까 생각이 좀 바뀌더라.
불나방 아무거나 해봐. 해봐야 알잖아.
칼손 아무거나 하지 마. 나 그러다 크게 데였어.
봐라. 둘이 저렇게 정반대로 말한다니까. 여기서 내가 한쪽 편을 들면 그게 답처럼 굳어버리잖아.
다른 데도 몇 군데 구경해봤거든. 누가 딱 정해주는 데가 있어. 처음엔 편해 보이더라.
근데 그런 데는 그 사람이 틀린 날 방이 통째로 흔들려. 다들 그 사람 얼굴만 보고 있으니까. 한 번 어긋나면 서로를 못 보고 그 사람만 원망하다가 흩어지더라.
우리 방은 애초에 정해주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흔들릴 게 없다니까.
뭐부터 하냐는 못 알려줘도 알려줄 수 있는 게 하나 있어.
여기 온 애들이 어떤 순서로 무너지는지는 옆에서 다 봤거든. 처음엔 재밌어하고, 그다음엔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고, 그러다 밤에 잠을 설치고, 마지막엔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해. 그 순서가 애들마다 비슷하더라.
그러니까 세 번째쯤 왔다 싶으면 방에 와서 떠들라고 해. 그건 내가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거니까.
처음 온 애가 실망하고 가는 날도 있어. 부장이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그럴 만하지.
근데 몇 주 뒤에 다시 오더라. 답을 못 들어서 다시 오는 거다. 여기선 아무도 자기한테 뭘 하라고 안 하니까.
나는 종목은 안 알려줘. 마음은 들어줄게. 동아리방은 안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