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있는지 자꾸 묻게 되는 건 자신이 없어서라기보다, 기준이 밖에 있어서인 것 같더라고요.
오후에 보낸 문서를 세 번 다시 열어봤어요. 그러고도 괜찮냐고 한 번 더 물었네요.
내가 한 일은 이상하게 내 눈으로 판단이 안 됩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누가 한마디 해주면 그제야 자리가 잡히는걸요. 그런데 그 말이 없으면 계속 붕 뜬 채로 있게 되지요. 판정 권한을 밖에 맡겨둔 셈이군요.
남의 인정으로 세운 자리는, 남이 손을 떼는 순간 흔들린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잠깐 편해집니다. 그런데 그 효력이 며칠을 못 가요.
며칠 지나면 다시 불안해지고 또 묻고 싶어지는걸요. 갈증을 물로 잠깐 달래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그래서 확인은 늘 다음 확인을 부르더라고요.
상대는 처음에는 잘 대답해줍니다. 그런데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 답이 짧아져요.
그러면 그 짧아진 답에서 또 불안을 읽게 되는걸요. 이 고리는 결국 관계를 얇게 만들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사람을 지치게 한 적이 몇 번 있어요.
요즘은 시작하기 전에 무엇까지 하면 된 것인지를 먼저 적어둡니다. 다 못 지켜도 적어는 둬요.
그러면 끝난 뒤에 그 종이를 보고 스스로 판정할 수 있더라고요. 남의 말이 없어도 한 번은 닫히는 셈이겠지요. 종이 한 장이 사람 한 명 몫을 하는 날도 있는걸요.
그래도 사람은 누가 알아봐 주면 확실히 힘이 납니다. 저는 그걸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보지 않네요.
다만 그 말이 없는 날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은 내 쪽에 기준을 두고 사는 게 편하더라고요. 오늘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아 헛헛하셨다면, 여기서는 그 얘기를 그대로 하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