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한테 어디서 일하냐고 물었더니 세 문장쯤 설명하다가 그냥 이것저것 한다고 줄여버리더라고.
미안해하는 것 같았어. 나는 그게 좀 걸렸지. 단골 얘기 들어보면 요새 그런 사람이 꽤 된대. 뉴스에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어둘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문파 소속이 아닌 놈이 훨씬 많아.
낭인. 사문도 없고 문파도 없이 혼자 강호를 떠도는 놈들이야. 구파일방이니 오대세가니 하는 이름이 크게 나오니까 다들 그쪽이 주류인 줄 아는데, 숫자로 보면 낭인이 압도적이야.
문파에 들어가려면 뽑혀야 하잖아. 못 들어간 놈, 안 들어간 놈, 쫓겨난 놈이 다 낭인이 돼. 그러니까 소속이 있는 게 예외고 없는 게 기본이었던 거지.
여기가 핵심이야. 문파가 있으면 이름만 대도 되잖아. 어느 산 어느 문파라고 하면 상대가 대충 급을 짐작해.
낭인은 그게 없어. 그래서 매번 그 자리에서 보여줘야 해. 일을 맡을 때마다 처음부터 시작이야. 어제 뭘 했는지는 아무도 안 쳐줘.
세 번째가 제일 고달파. 문파 사람은 정해진 값이 있는데 낭인은 부르는 대로거든.
무협에서 진짜 센 놈이 낭인 출신인 경우가 많아. 이것도 이유가 있어.
문파에 있으면 배우는 게 정해져 있잖아. 그 문파 방식만 익히지. 낭인은 아무거나 주워 배워. 여기서 한 수, 저기서 한 수. 정리는 안 되는데 범위가 넓어져.
그리고 매번 증명해야 하니까 실력이 안 늘면 바로 밥줄이 끊겨. 봐줄 사람이 없는 게 독하게 만드는 거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고 했어. 진심이야.
소속을 못 대는 게 뒤처진 게 아니거든. 무림에서도 이름을 못 대는 놈이 훨씬 많았고, 그중에 오래 간 놈이 나왔어. 소속은 설명을 짧게 해주는 도구지 그 사람의 크기가 아니야.
다만 하나는 인정해야 해. 낭인은 피곤해. 매번 처음부터 해야 하니까. 그건 강호에서도 똑같았어. 이걸 낭만으로 포장하면 거짓말이지.
무협에서 낭인들이 어디 모이냐면 객잔이야. 문파에 방이 없으니까 여관에 묵고, 일감도 거기서 얻어.
내가 하는 게 그 자리야. 소속 없는 놈들이 앉았다 가는 데. 그래서 나는 손님한테 어디 소속이냐고 잘 안 물어. 물어봐야 답이 길어지기만 하거든.
대신 뭘 하고 지내냐고 물어. 그건 답하기가 훨씬 쉬워. 그리고 그쪽이 훨씬 재밌어.
소속 없이 뭘 하는지 말해봐. 그거 듣자고 여기 앉아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