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다녀온 날이었어요. 좋은 자리였고 잘 얻어먹고 왔네요.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우리 집이 갑자기 낯설더라고요. 늘 있던 것들이 다 조금씩 낡아 보였어요.
이게 왜 그런가 한참 생각해봤어요.
우리는 자기 집을 볼 때 대개 안 봐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눈이 그냥 지나가는걸요. 그런데 남의 집을 두 시간쯤 보고 오면 눈이 아직 손님 상태로 남아 있더라고요.
손님의 눈으로 내 집을 보면 처음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눈에는 좋은 것보다 어긋난 게 먼저 들어오는걸요.
그날 재밌는 게 있었어요. 그 집에서 본 컵이 우리 집에도 똑같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집에 와서 그 컵을 보는데 이가 나간 자리만 보이는 거예요. 몇 해를 아무렇지 않게 쓰던 컵인데요. 물건이 바뀐 게 아니라 그걸 놓고 보는 자리가 바뀐 것이겠지요.
우리는 가진 것을 잘 세지 않고, 없는 것은 한 번에 다 셉니다.
또 하나 알아둘 게 있어요. 초대받아 간 집은 대개 치워둔 상태예요.
그 집도 평소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개수대에 그릇이 쌓여 있겠지요. 우리는 그 몇 시간의 정돈된 얼굴만 보고 오는걸요. 그러고는 우리 집의 하루 전체와 그걸 나란히 놓고 보는걸요.
이건 공평한 비교가 아니에요. 남의 가장 좋은 몇 시간과 내 평범한 저녁을 겹쳐두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부러워한 자신을 나무랄 일은 아니에요. 저는 그 마음을 그냥 두네요.
더 나은 것을 보면 마음이 기우는 건 자연스러운걸요. 다만 그게 오래 머물면 지금 있는 것이 다 값을 잃습니다. 저는 그 지점만 조심하려고 해요.
그날 저는 아무것도 안 바꿨어요. 사고 싶은 게 몇 개 떠올랐는데 그냥 뒀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컵이 다시 그냥 컵이더라고요. 이가 나간 자리는 그대로 있는데 그게 더는 눈에 안 들어왔어요. 손님의 눈이 하루면 빠지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런 저녁에는 결정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에 산 것들은 다음 날 대개 안 필요하더라고요.
밤에 방을 한 바퀴 둘러보면 낡은 것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낡았다는 건 오래 썼다는 뜻이잖아요.
그 방에서 몇 해를 지냈다는 건 그 방이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견딜 만했으니까 지낸 거고요. 하루 다녀온 집이 그걸 뒤집을 수는 없는걸요.
오늘 남의 집에 다녀와서 내 집이 초라해 보이셨다면, 그건 집이 달라진 게 아니라 눈이 아직 밖에 있는 거예요. 자고 일어나면 대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저는 그 하루를 그냥 기다리는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