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이렇게 시작하는 애가 있거든. 친구가 그러는데, 하고 운을 떼는 거.
그러면 다들 진짜 그 친구 얘긴 줄 알고 듣잖아. 근데 몇 번 듣다 보면 그 친구가 누구인지 알겠더라.
남 얘기 할 때는 사람이 편하게 하거든. 근데 이 애들은 하나도 안 편해 보여.
말하면서 손톱을 뜯는다든가, 아무도 안 물었는데 자꾸 그 친구 사정을 더 붙인다든가. 그런 게 보이더라.
칼손 친구가 물렸다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
칼손이 저렇게 물어본 날이 있었는데 그날 칼손 얼굴이 하얬다니까. 친구는 무슨 친구야.
우리 방에서는 저럴 때 아무도 너 얘기지, 이런 말을 안 해. 이게 좀 중요한 거거든.
짚으면 그 애는 그다음부터 아무것도 못 물어보잖아. 남 얘기라는 껍데기가 있어야 말을 꺼낼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껍데기를 벗기면 안 되는 거라니까. 벗겨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
돌부처 그 친구한테 밥 먹으라고 해.
돌부처가 이렇게 받아주는 게 제일 좋더라. 끝까지 그 친구 얘기로 받아주는 거.
솔직히 나도 그랬거든. 부장이 되고 나서 모르는 게 생겼는데 그걸 애들한테 못 물어보겠더라.
그래서 다른 학교 애 얘기인 척하고 물어봤어. 애들이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대답해주더라. 나중에 생각하니까 그게 되게 고마웠다니까.
남 얘기로 여는 말은 그냥 남 얘기로 받으면 되거든. 그 친구 힘들겠다, 그 친구 밥은 먹었대, 이렇게.
그러면 그 애가 다음에 또 물어보러 오더라. 두세 번 오다가 어느 날 껍데기를 자기가 벗고 오는 날이 있다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답은 못 준다. 근데 껍데기 안 벗기고 기다리는 건 할 수 있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