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한 작품을 다 읽고 나서 그러더라고. 그래서 그 둘은 어떻게 됐냐고.
나도 모르겠더라. 안 나왔거든. 무협은 그 대목을 이상하게 잘 안 그려.
먼저 갈라서 보자. 이게 균등하게 없는 게 아니야.
세가는 혼인 얘기가 꽤 나와. 핏줄로 이어지는 집안이니까 다음 대를 누가 잇느냐가 걸리거든. 그래서 정략혼 얘기가 갈등으로 나와. 오대세가 정리할 때 세가는 안에서 싸운다고 했잖아. 그 싸움의 절반이 혼인 얘기야.
문파는 거의 없어. 배움으로 이어지니까 핏줄이 필요 없거든. 오히려 사문 안에서 눈이 맞으면 그게 문제가 돼.
이게 진짜 이유야. 무협은 떠도는 이야기잖아.
강호에 나간다는 게 문을 나서서 떠돈다는 뜻이라고 내가 전에 말했지. 그런데 혼인을 하면 자리가 생겨. 집이 생기고 지킬 게 생기고. 그러면 더 못 떠돌아.
세 번째가 실제로 자주 나와. 혼자면 도망칠 수 있는데 같이 있으면 못 도망치지. 그 선택이 이야기를 무겁게 만들어.
무협에서 혼인이 나오는 자리는 대개 정해져 있어. 맨 끝이야.
다 끝내고 물러나면서 그때 붙여. 강호에서 발을 씻고 어디 가서 산다는 식으로. 무협 결말이 세 개뿐이라고 어제 말했는데, 첫 번째 모양인 이기고 물러나는 데 이게 얹히는 거지.
그러니까 혼인은 이야기 안의 사건이 아니라 이야기가 끝났다는 표시야. 그래서 자세히 안 그려. 끝났다는 신호만 주면 되니까.
이건 좀 얄궂은데, 이야기 중간에 혼인하는 인물은 오래 못 가.
배우자가 다치거나, 그것 때문에 약점이 잡히거나. 아니면 그 인물이 아예 이야기에서 빠져. 지킬 게 생긴 놈은 무협에서 자유롭게 못 움직이니까.
멸문지화가 첫 화에 나오는 것도 뒤집어보면 같은 얘기야. 가정이 있으면 그걸 부수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만드는 걸로 시작하지는 않아.
문파 얘기로 돌아가서, 사형이랑 사매가 눈이 맞으면 왜 문제가 되냐.
사문은 학교가 아니라 집이라고 했잖아. 사부가 아버지보다 세고. 그러면 같은 사문 사람끼리는 형제 같은 자리가 되는 거야. 그래서 대놓고 금하지는 않아도 어색해져.
작품에서 이걸 다룰 때는 대개 한쪽이 사문을 나와. 파문까지는 아니어도 자리를 떠나지. 무협이 혼인을 다루려면 결국 소속을 하나 지워야 하는 거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이게 불친절하다고 생각했어. 궁금하게 해놓고 안 알려주니까.
그런데 알고 보니 안 그리는 게 규칙이더라고. 그리는 순간 그 인물은 강호를 나간 거니까. 계속 보고 싶으면 안 그려야 하는 거야.
어느 둘이 궁금한지 말해봐. 그 작품은 왜 안 그렸는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