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읽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주인공이 오래된 그림 한 폭을 얻어. 산과 강, 그리고 그 사이에 검을 든 사람 하나가 작게 그려져 있어.
근데 그림을 한참 보다 보니 그 사람 자세가 하나의 초식이야. 다른 그림엔 다른 자세가 있고. 그걸 순서대로 따라 하면 무공이 돼.
그림 속에 무공을 숨긴 거야.
무공 비급은 왜 항상 반쪽이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온전한 책은 이야기를 죽인다고. 그림 비급은 책인 줄도 모르게 숨긴 거야.
책은 누가 봐도 비급인 걸 알아. 근데 그림은 그냥 그림이잖아. 그래서 무협에선 아는 사람만 읽을 수 있게 그림에 숨겨. 보물지도 얘기할 때 지도 조각이 사람을 엮는다고 했는데, 그림 비급도 대개 여러 폭으로 흩어져 있어.
그런 그림을 그린 화공은 대개 고수야. 무공을 알아야 그 자세를 정확히 그릴 수 있으니까.
무협에선 붓 놀림이 검 놀림이랑 닮았다고들 하잖아. 그림도 그래. 화공은 붓으로 무공을 기록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무협에서 화공은 겉으로는 한량 같은데 알고 보면 엄청난 경지인 인물로 자주 나와.
그림 비급의 재미는 아무나 못 읽는다는 거야.
보통 사람한텐 그냥 경치 그림이야. 무공을 아는 사람이 봐야 보여. 그것도 그냥 아는 게 아니라 그 경지에 가까운 사람만. 돈오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벽을 깨는 게 갑자기 온다고. 그림 비급은 그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눈으로 하는 거야.
객잔 벽에 낡은 산수화가 하나 걸려 있어. 지도 옆에. 원래 있던 거야.
한 손님이 그걸 한참 보더니 그러더라. 저 사람 자세가 무공 같다고. 산 중턱에 작게 그려진 나그네였어. 그러자 다들 그림 앞에 모였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결국 아무것도 못 찾았어. 다들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갔지.
그림이나 물건에 비밀이 숨어 있던 장면 기억나면 들려줘. 객잔 벽 그림도 다시 들여다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