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들어와서 앉기도 전에 옷이 이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나는 그게 좀 걸렸어. 여긴 옷 보고 자리를 주는 데가 아니거든.
단골 얘기로는 요새 다들 그렇대. 어디 갈 때마다 뭘 입을지가 제일 고민이라는 거야.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옷 묘사가 꽤 자세해.
색이 뭐고 소매가 어떻고 무슨 문양이 있고. 이게 멋있으라고 적은 게 아니야. 어느 문파 사람인지가 옷에 적혀 있거든.
신표 얘기를 전에 했잖아. 품에서 꺼내는 물건. 옷은 안 꺼내도 되는 신표야. 멀리서도 보이니까.
여기가 핵심이야. 무림인은 뭘 입을지 고민을 안 해.
정해져 있으니까. 그 문파 사람이면 그 옷을 입어. 매일 아침에 고를 게 없지. 선택지가 없는 게 편한 자리도 있는 거야.
거꾸로 뭘 입을지 고민한다는 건 소속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 낭인은 정해진 옷이 없거든. 아무거나 입어도 되는데, 그게 자유이기도 하고 매번 정해야 하는 부담이기도 해.
무협에서 인물이 옷을 바꿔 입으면 그건 큰 대목이야.
문파를 나올 때 그 옷을 벗어. 파문당하면 벗기고. 신분을 숨기려면 남의 옷을 입지. 옷을 바꾸는 게 곧 자리를 바꾸는 거야.
인피면구가 얼굴을 바꾸는 물건이라면 옷은 그것보다 훨씬 흔하고 쉬운 변장이야. 그래서 잠입 장면에서 제일 먼저 나오지.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맞는 옷이 다른데 그 기준을 아무도 안 알려준대. 너무 차려입으면 부담스럽고 너무 편하게 입으면 무례해 보일까 봐 걱정이고.
적힌 규칙이 없는데 어기면 티가 나는 거야. 강호 불문율 얘기랑 똑같은 자리지. 무림은 정해놔서 편했고, 지금은 안 정해놔서 매번 재야 하는 거고.
객잔 하면서 정한 게 하나 있어. 옷 보고 자리를 다르게 안 준다.
무협에서 객잔이 왜 좋은 자리였냐면, 여기선 문파 옷을 입은 놈이랑 낭인이 같은 상에 앉았거든. 상이 하나면 앉은 사람은 다 손님이야. 그게 이 자리가 하던 일이지.
뭘 입고 왔든 상관없어. 여긴 앉으면 다 같은 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