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친구 부모님을 마주치면 인사는 하거든. 거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문제는 인사하고 나서다. 다음에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그때 친구를 보면 나를 안 보고 있거든. 자기 부모님만 보고 있잖아.
그 몇 초가 되게 길다니까. 나는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했어.
칼손 저는 그냥 도망가는데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건 내 잘못이 아니더라. 자리가 겹쳐서 그런 거다.
학교에서의 그 친구랑 집에서의 그 친구가 다르잖아. 그 둘이 한 자리에 있으면 그 애가 어느 쪽으로 있어야 될지 모르는 거라니까.
나 때문에 어색한 게 아니라 그 애가 둘로 갈라져 있는 거였어.
지금은 인사만 하고 빨리 빠지거든. 오래 서 있으면 그 애가 계속 갈라져 있어야 되잖아.
안녕하세요 하고 한 발 물러나면 그 애가 다시 하나가 되더라. 그게 배려인 거다.
돌부처 짧게 하면 되지.
방에 애들 형이나 누나가 찾아온 적 있거든. 그때 그 애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더라.
평소에 떠들던 애가 갑자기 조용해지잖아. 그게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다른 자리에 있는 거라니까.
그럴 땐 우리도 그 애를 평소처럼 안 대한다. 그날 하루는 그냥 두는 거다.
마주치고 헤어진 다음에 그 얘기를 또 꺼내면 안 되거든. 아까 너희 어머니 어떻고, 이런 말.
그러면 그 애가 또 갈라지잖아. 나는 그걸 한 번 해보고 나서 알았다니까.
마주친 건 그냥 마주친 걸로 끝내는 게 제일 낫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대하는 것도 서툴거든. 근데 이건 알겠더라.
어색한 건 사람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자리가 겹쳐서 그런 거라니까. 그러면 한쪽이 물러나주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