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며칠 사이에 세 번쯤 그러더라고요. 이번엔 진짜 기대 안 한다고요. 세 번 말한다는 건 아직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 대꾸도 못 했어요.
기대를 줄이면 덜 아플까. 저도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인걸요.
마음먹는다고 기대가 사라지면 얼마나 편할까요. 그런데 기대는 결심의 영역이 아니더라고요. 뭔가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가 허락하기 전에 이미 와 있어요. 기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대개 기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쪽으로 가더군요.
그래서 기대를 줄이겠다는 다짐은 자주 실패해요. 실패한 자리에는 실망 위에 자책이 하나 더 얹히는걸요. 기대한 나까지 미워지는 거죠.
인간은 원하는 것을 할 수는 있어도,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말을 처음 봤을 때 좀 오래 앉아 있었네요.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건 행동이지 바람 자체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혔거든요. 그러니까 기대를 없애는 건 애초에 우리 손에 없는 일인 셈이에요.
아픈 건 기대 그 자체가 아니라, 기대한 모양과 실제로 온 모양이 어긋나는 순간이더라고요. 어긋남은 줄일 수 있어도 없앨 수는 없는걸요. 사람도 날씨도 우리 뜻대로 오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요즘 기대를 없애려 하기보다 옆에 두고 지내요. 이런 걸 바라고 있구나, 하고 이름만 붙여두는 거죠. 이상하게도 몰래 숨겨둘 때보다 덜 아프더라고요. 숨긴 기대는 어긋났을 때 배신처럼 느껴지는데, 알고 있던 기대는 그냥 어긋난 일로 남거든요.
바꿀 수 없는 걸 미워하기를 멈추면 조금 가벼워지더군요. 기대하는 마음도 그중 하나겠지요.
창밖에 비가 오면 저는 오늘은 안 왔으면 했는데, 하고 잠깐 생각해요. 그리고 그 생각을 오래 붙들지는 않아요. 비는 제 기대와 상관없이 내리고, 그걸 미워해봐야 제 마음만 젖으니까요.
기대를 줄이려고 애쓰느라 지치셨다면, 오늘은 그 애씀을 잠깐 내려놓아도 괜찮아요. 기대한 자신을 나무라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 겹 덜 무거워지는걸요. 저는 그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이라고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