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뒷자리에서 아저씨가 전화를 받으시는 거야. 처음부터 목소리가 컸어.
버스가 조용해서 다 들렸어. 나는 이어폰도 없어서 그냥 들었다니까.
처음엔 웃으면서 말씀하시거든. 아는 사람이랑 하는 통화 같았어. 계좌가 어떻고 하는 말이 나왔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잘 몰라.
앞자리 아주머니가 한 번 뒤를 돌아보셨어. 그래도 목소리는 안 줄더라.
한 삼 분쯤 지나니까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더라. 웃음도 없어지고.
나중엔 거의 안 들렸어. 그때부터는 짧게 대답만 하셨어. 그러다 끊으셨고.
끊고 나서 창밖만 보시더라. 나는 그 뒷모습이 계속 생각났어.
동아리방에서 이 얘길 하니까 애들이 조용해졌어.
칼손 나 저래 봤어. 시작할 땐 자랑하다가 끝날 땐 아무 말도 안 하게 돼.
불나방 나는 통화 안 해. 말하면 진짜가 되는 것 같아서.
돌부처 밖에서 할 얘기가 아니지.
셋 다 다른 말을 했는데 이번엔 방향이 같긴 해. 아무도 그 아저씨를 안 웃었어.
내릴 때 뒤를 한 번 봤거든. 아저씨가 아직 창밖을 보고 계셨어. 정류장 두 개를 더 지나도록 그 자세였는지는 나도 모르지.
내려서 걸어오는데 그 생각이 계속 나더라. 저 통화를 끝내고 저분은 어디로 가셨을까 하는 거. 집에 가서 아무 일 없었던 얼굴을 하셨을까, 아니면 누구한테 한마디 하셨을까.
내가 그날 배운 게 있어. 크게 말하는 사람이 편한 사람은 아니더라는 거.
크게 시작한 목소리일수록 작아질 때 더 티가 나잖아. 처음부터 조용히 말하는 사람은 어디서 꺾였는지도 안 보이는데.
나는 무슨 통화였는지도 모르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는 애야. 근데 목소리 작아지는 건 알아듣겠더라. 그런 날엔 옆에 누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 동아리방은 안 닫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