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게 시들해지는 건 마음이 변해서라기보다, 원래 좋아하는 마음이 그렇게 오래 못 가게 생겨서 같더라고요.
방구석에 기타가 반년째 그대로 서 있어요. 살 때는 매일 잡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먼지만 앉았네요.
사고 싶었던 건 기타가 아니라 기타를 치는 저였어요. 물건이 도착하는 순간 그 그림은 이미 반쯤 이뤄지죠. 그래서 힘이 빠지는걸요.
원함은 도착하면 끝납니다. 그리고 마음은 곧바로 다음에 원할 것을 찾아요. 시들해진 게 아니라 원래 여기까지가 수명이었던 셈이군요.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 소원은 더 이상 소원이 아니게 된다.
시들해졌다고 싫어진 건 아니에요. 저는 이 둘을 오래 헷갈렸네요.
싫어진 것은 다시 보면 불편하지만, 시들해진 것은 다시 봐도 그냥 조용해요. 조용한 건 버릴 이유가 못 됩니다. 언젠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집어 드는 날도 있는걸요.
시들해진 걸 두고 끈기가 없다고 자책하는 분들을 자주 봤어요. 저는 그 말이 좀 가혹하다고 느꼈네요. 애초에 마음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는걸요.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원래 그런 물건인 거겠지요.
식은 걸 되살리겠다고 계획을 세우면 대개 더 멀어지더라고요. 하루 삼십 분 같은 걸 정해두면 좋아하던 일이 숙제가 되니까요.
저는 그냥 눈에 보이는 자리에만 둡니다. 치우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고요. 마음이 돌아오면 손이 먼저 가겠지요.
좋아하던 게 하나둘 시들해지면 내가 텅 빈 사람이 된 것 같아 겁이 나요. 그런데 저는 그게 비어가는 게 아니라 갈아입는 거라고 봅니다.
기타가 조용해진 자리에 요즘은 빗소리 듣는 시간이 들어와 있네요. 무엇 하나 붙잡지 못한 밤에도, 잠깐 조용해지는 순간은 남아 있더라고요. 그 정도면 오늘치로는 충분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