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은 이상하게 비 올 때가 아니라 그친 뒤에 잃어버리더라고요. 저는 그게 사람 마음이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현관에 우산이 세 개 있는데 전부 급해서 산 비닐우산이에요. 아끼던 건 어디에 두고 왔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우산은 비가 오는 동안에만 계속 잡고 있는 물건이에요. 그치는 순간 그냥 짐이 되죠.
그러니까 잃어버리는 건 부주의라기보다 필요가 끝났기 때문인걸요. 손이 먼저 놓아버리는 셈이겠지요. 마음도 그런 식으로 놓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고통이 끝나면, 그 시간에 곁에 있던 것들도 함께 잊는다.
이상하게 남아 있는 건 늘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것들입니다. 좋은 우산일수록 먼저 없어져요.
아끼는 건 조심해서 어디에 잘 세워두니까 오히려 잊고 오는 거겠지요. 대충 든 것은 손에서 안 떨어지고요. 소중히 다룬 게 먼저 사라지는 구조라 저는 이게 좀 얄궂더라고요.
두고 온 곳을 떠올려 보면 대개 오래 앉아 있던 자리예요. 병원 대기 의자라든가 누구를 기다리던 카페 같은 곳으로요.
그러니 우산을 잃어버린 자리는 제가 그날 마음을 두고 있던 자리이기도 한 셈이군요. 물건보다 그날이 먼저 떠오르는걸요. 그렇게 보면 우산 하나가 날짜 표시 같기도 하네요.
몇 번 잃어버린 뒤로 저는 비싼 우산을 안 사요. 대신 현관과 가방에 하나씩 둡니다.
잃어버리는 성격을 고치는 것보다 잃어버려도 괜찮은 쪽으로 바꾸는 게 빠르더라고요. 사람은 잘 안 바뀌지만 준비는 바뀌는걸요. 저는 요즘 대체로 이 방식으로 삽니다.
우산만 두고 오는 게 아니에요. 하다 만 것들, 연락이 끊긴 사람들도 어딘가에 그렇게 놓여 있겠지요.
그걸 다 되찾을 수는 없더라고요. 다만 그날 비가 왔었다는 것 정도는 기억해두면 그 시간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는걸요. 오늘 뭔가를 두고 오셨다면, 그 자리 얘기라도 하고 가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