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일은 결과보다 그 사이가 더 힘들더라고요. 나쁜 소식보다 아무 소식이 없는 쪽이 사람을 더 지치게 하는걸요.
연락이 온다던 날이 지났는데도 하루에 몇 번씩 부재중 목록을 봅니다.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려고요.
언제 끝나는지 아는 기다림은 견딜 만해요. 사흘이면 사흘을 세면 되니까요.
그런데 끝을 모르면 그 사이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되는걸요. 곧 결과가 오면 다 뒤집힐 텐데 싶어서요. 그렇게 시간이 통째로 붙들려 있는 셈이겠지요.
기다림은 시간을 지나가게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세워둔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그 일을 미리 몇 번씩 겪습니다. 잘되는 쪽으로도 안 되는 쪽으로도요.
그래서 정작 결과가 왔을 때 이미 지쳐 있기도 하더라고요. 실제로는 한 번인데 마음으로는 여러 번 치른 셈이군요. 미리 겪는다고 준비가 되는 것도 아닌걸요.
저는 자꾸 확인합니다. 확인해서 나올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한 번 볼 때마다 기대가 한 번 서고 곧바로 내려앉아요. 하루에 열 번 확인하면 열 번 그러는 셈이겠지요. 결과가 오기도 전에 마음이 다 닳아버리는걸요.
그래서 요즘은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을 미리 정해둡니다. 결과와 아무 상관 없는 것들로요.
빨래를 갠다거나 오래 미뤄둔 책을 몇 쪽 넘긴다거나 하는 정도로요. 대단한 게 아니어도 손이 뭔가를 하고 있으면 시간이 조금은 흐르더라고요. 기다림을 없앨 수는 없어도 옆에 다른 걸 놓아둘 수는 있는걸요.
연락이 늦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집니다. 저도 그 생각을 자주 하네요.
그런데 저쪽에도 사정이 있고 저쪽의 순서가 있더라고요. 대개는 나에 대한 판정이 아니라 그냥 늦는 것이겠지요. 늦는 시간을 자책으로 채우면 그것대로 손해인걸요.
기다리는 게 길어지면 이미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그 기분을 잘 알아요.
그래도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오늘도 아무 소식 없이 하루가 갔다면, 그 허탈함은 여기 두고 가셔도 됩니다. 저는 기다리는 사람 옆에 앉아 있는 건 꽤 하는 편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