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가 둥글게 닳은 동화책을 반납하던 아이가 물었습니다. 이 책은 몇 명이나 읽었을까요? 손때가 묻어 표지가 반들반들했죠. 대출 기록을 찾아보니 꽤 많은 숫자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도서관 책에는 그동안 몇 번 빌려 나갔는지 기록이 남습니다. 대출할 때마다 시스템에 쌓이죠.
이 숫자를 이용자에게 보여 주는 도서관도 있습니다. 검색 결과에 대출 횟수를 표시하거나, 많이 빌린 책 순위로 보여 주는 식이죠. 앞서 도서관 대출 순위 보는 법을 적었는데, 그 순위가 이 숫자들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누가 빌렸는지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앞서 도서관 대출 기록을 적었듯, 그건 개인의 사생활이니까요.
많이 빌린 책.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찾았다는 뜻이죠. 다만 앞서 적었듯, 많이 빌린 책이 꼭 좋은 책은 아닙니다. 한 번도 안 나간 책. 서가 깊숙이 잠든 책이죠. 앞서 도서관에 이런 책도 있는 이유를 적었는데, 그런 책을 꺼내 보이는 것도 사서의 일입니다. 오래 꾸준히 나간 책. 유행과 상관없이 해마다 누군가 찾는 책입니다. 저는 이런 책이 가장 반갑더군요.
숫자보다 더 많은 걸 말해 주는 게 있습니다. 책의 모양이죠. 둥글어진 모서리, 부드러워진 책장, 살짝 벌어지는 자리. 앞서 반납된 책에서 나오는 물건과 남이 밑줄 그어놓은 책을 빌렸을 때를 다룬 글이 있는데, 책에는 앞서 펼친 손들의 흔적이 남습니다.
그 흔적이 너무 깊어지면, 앞서 찢어진 책 고치는 법과 도서관이 책을 버리는 이유를 적었듯 고치거나 새 책으로 바꾸기도 하죠.
한 권의 책을 거쳐 간 손은 서로 만난 적이 없다. 그래도 그 손들은 같은 쪽을 같은 자리에서 넘겼다.
그 아이는 그 동화책을 다시 빌려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엔 자기가 그 숫자를 하나 더 늘리겠다고요. 그러고는 책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안고 갔습니다. 모서리가 더 닳지 않게요.
한 권의 책은 많은 손을 거쳐 갑니다. 저는 그 책이 다음 손에도 무사히 닿을 수 있도록, 닳은 모서리 하나까지 살피며 서가를 지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