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오더니 곧장 서가로 갔습니다. 한 권을 빼서 다른 칸에 꽂더군요. 잘못 꽂힌 책을 찾았다고요. 엄마 말로는 어제 다른 도서관에서 일일 사서 체험을 하고 와서, 오늘은 여기 서가를 점검하겠다며 따라왔다고 하셨습니다.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방학이나 주말에 아이들이 하루 동안 사서가 되어 보는 체험 행사를 여는 도서관이 많다고 합니다. 책에 번호를 붙이고, 반납된 책을 정리하고, 대출대에서 바코드를 찍어 보는 식이라더군요.
명찰을 달아 주거나 체험 수료증을 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상 나이와 방식은 곳마다 다르겠죠.
서가를 점검하러 온 아이. 책에 번호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요. 이제 잘못 꽂힌 책이 눈에 보인다며 의기양양했습니다. 바코드를 찍어 본 아이의 아빠. 아이가 대출대 안쪽에 서서 "반납일은 두 주 뒤예요"라고 말하는데 얼굴이 진지해서 웃음이 났다고 하시더군요. 책 읽어 주기를 맡은 아이. 동생들 앞에서 그림책을 읽어 줬는데, 다 읽고 박수를 받았다고요. 그 뒤로 집에서도 동생에게 책을 읽어 준다고 하셨습니다.
대출대 안쪽은 아이들에게 신기한 자리입니다. 늘 바깥에서 책을 받아 가던 자리가, 그날만큼은 건네는 자리가 되니까요. 앞서 사서 되는 법을 적었는데, 그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언젠가 정말 이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처럼, 한 번 정리해 본 아이는 서가를 아끼는 사람이 됩니다. 앞서 도서관 책 라벨 색깔 뜻을 적었는데, 그 색과 번호를 한 번 배우고 나면 책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책을 받아 가던 손이 하루 건네는 손이 되어 보면, 그 손은 평생 서가를 아끼는 손이 된다.
그 아이는 잘못 꽂힌 책을 두 권 더 찾아냈습니다. 그러고는 엄마가 빌릴 책을 대출대로 가져와, 제게 바코드를 찍어 보겠다고 했죠. 반납일까지 진지하게 알려 주더군요.
서가를 지키는 손은 생각보다 어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작은 손들이 대출대 안쪽을 한 번씩 경험할 수 있도록, 그 문을 기꺼이 열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