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선반에 컵이 여러 개 있거든. 그중 두 개는 주인이 안 온 지 오래됐어.
하나는 손잡이가 깨졌는데도 아무도 안 버리더라. 반년째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다니까.
칼손 저거 좀 치우자.
칼손은 볼 때마다 저 말을 해. 근데 진짜로 치운 적은 한 번도 없거든.
말은 다들 한 번씩 해. 자리도 좁고 먼지도 앉으니까.
근데 손이 안 가더라. 저걸 치우면 그 애가 진짜로 안 돌아오는 걸로 정해지는 것 같다든가, 우리가 먼저 접는 것 같다든가. 그런 마음이 있는 거다.
돌부처 두자.
돌부처는 늘 두 글자로 끝내는데 그날은 그게 답이었어.
동아리방을 그만두는 애들은 대부분 인사를 안 해. 어느 날부터 그냥 안 오는 거다.
크게 잃어서 못 오는 애도 있고, 자기만 못 따라가는 것 같아서 안 오는 애도 있어. 어느 쪽이든 문 앞에서 한 번은 멈췄을 거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컵을 두는 건 애들끼리 말은 안 해도 아는 거야. 돌아왔을 때 자기 자리가 없으면 그 문을 두 번은 못 열잖아.
불나방 오면 씻어서 주면 되지.
불나방은 이런 데서 갑자기 착해져. 평소엔 제일 시끄러운 애가.
지난 학기에 그만둔 줄 알았던 애가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온 적 있거든. 아무 말도 안 하고 선반에서 자기 컵을 꺼내더라.
그때 아무도 어디 갔었냐고 안 물어봤다. 물어보면 그 애가 다시 안 올 것 같았거든. 그냥 자리 하나 비켜주고 하던 얘기 계속했다니까.
그 애가 나중에 그러더라. 컵이 그대로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고. 그 말 듣고 나서부터는 나도 선반을 안 건드린다.
나는 주식은 하나도 모르거든. 누가 왜 그만뒀는지도 다 모른다.
근데 이건 알겠더라. 사람이 돌아오는 데 필요한 건 연락이 아니라 비어 있는 자리 하나더라. 문자 백 통보다 선반에 남은 컵 하나가 낫다니까.
그래서 우리는 안 치운다. 먼지 앉으면 가끔 닦아만 둬.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잖아.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