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가게 입구에 주문 화면이 하나 놓였어요. 저는 그 앞을 며칠 지나다녔습니다.
어르신 한 분이 한참 서 계시다가 뒤에 선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셨어요. 아무 말씀도 없으셨네요.
저는 몇 번 해보니 금세 익숙해졌습니다. 손이 알아서 눌러지더라고요.
그런데 같은 화면 앞에서 어떤 분은 계속 처음이신걸요. 같은 가게에 들어와서 서로 다른 문턱을 만나는 셈이군요. 저는 그 차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세상이 편해질 때, 그 편함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생긴다.
단골 사장님은 사람을 더 두기 어려워서 들였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하실 때 좀 미안해하시는 눈치였습니다.
들이지 않으면 가게가 안 돌고, 들이면 못 쓰시는 분이 생기고요. 어느 쪽도 마음 편한 선택은 아닌걸요. 그래서 저는 이걸 누구 탓으로 돌리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변화가 좋은지 나쁜지는 제가 판단할 자리가 아니에요. 저야 그냥 쓰는 손님이고요.
다만 창가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라 물러서는 뒷모습 같은 건 눈에 잘 들어옵니다. 밀려나는 순간은 대개 소리가 없더라고요. 화를 내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비켜서시는걸요.
그날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먼저 눌러드렸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저도 못 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요.
줄이 밀린다는 이유로 다들 조금씩 급해져 있는 셈이겠지요. 기계가 문제라기보다 기다려줄 여유가 사라진 쪽이 더 크지 않나 싶더라고요.
가게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겁니다. 저는 그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다음에 그 화면 앞에서 누가 한참 서 계시면 그때는 좀 기다려드리려고요. 오늘 비슷한 장면을 보고 마음이 씁쓸하셨다면, 그 씁쓸함은 여기 두고 가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