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미가 강하다는 설명만 보고 피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어떤 산미인지는 잘 안 적혀 있죠.
산미도 종류가 있어요. 에티오피아가 꽃이나 홍차 쪽이면 케냐는 훨씬 진한 과일 쪽이에요.
자몽 껍질, 검은 자두, 잘 익은 토마토. 이런 말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콤한 정도가 아니라 입안을 확 채우는 느낌이 있어요.
한 모금 드시고 얼굴을 찡그리셨다가 식은 다음에 다시 드시고는 이제 달다고 하신 손님이 계셨어요. 이 원두가 그래요.
이게 케냐 원두를 마시는 요령이에요.
뜨거울 때는 산미가 앞에 서요. 그래서 첫 모금이 세게 와요. 그런데 조금 식으면 단맛이 올라오면서 균형이 잡혀요.
그래서 저는 손님한테 뜨거울 때 한 모금 드시고 잠깐 두었다가 다시 드셔보시라고 말씀드려요. 대개 두 번째에서 표정이 달라지세요.
높은 데서 자라고, 관리 방식이 촘촘해요.
봉지에 AA 같은 표시가 붙은 걸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그건 맛 등급이 아니라 알 크기 등급이에요. 굵다고 꼭 맛있는 건 아니지만, 대개 관리가 잘된 농장에서 나와요.
산미가 세게 나오는 걸 줄이고 싶으시면 이렇게 해보세요.
물 온도를 조금 낮추시고, 원두를 조금 굵게 가시면 산미가 덜 튀어요. 반대로 그 산미가 좋으시면 온도를 높이고 곱게 가시면 돼요. 조절 폭이 큰 원두라 재미가 있어요.
우유를 넣어 드시기에는 잘 안 맞아요. 산미가 우유랑 부딪쳐서 어긋난 맛이 나요. 블랙으로 드실 때 값을 해요.
산미가 싫다고 하셨던 분 중에 실은 잘못 내린 커피를 드셨던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호불호가 갈리는 원두예요. 저는 그걸 숨기지 않고 말씀드려요.
다만 산미 있는 커피를 아예 안 드셔보셨다면 한 번은 만나보시면 좋겠어요. 커피가 이런 맛도 낼 수 있구나 하는 걸 제일 확실하게 보여주는 원두거든요.
작은 봉지로 사셔서 뜨거울 때랑 식었을 때를 비교해보세요. 그게 제일 재미있는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