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현관까지 나갔다가 세 번을 도로 들어왔어요. 가스 불을 껐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세 번째로 되돌아 들어오면서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걸 확인하러 오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싶어서요.
접시를 깨거나 약속 시간을 잘못 적는 일 자체는 금방 지나갑니다. 오래 남는 건 그다음에 오는 생각이에요.
내가 왜 이러지, 하는 문장이요. 그 문장은 한 번 나오면 그날 하루를 계속 따라다니는걸요. 실수는 십 분이고 그 문장은 열두 시간이더라고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우리가 품는 생각이다.
곰곰이 돌아보면 실수가 몰리는 시기가 따로 있었어요. 유난히 걱정거리가 많거나, 결정을 못 하고 붙들고 있거나, 잠이 얕았던 때들이요.
손이 서툴러진 게 아니라 마음이 다른 방에 가 있었던 거지요. 사람의 주의력은 총량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쪽에 크게 쓰고 있으면 다른 쪽이 얇아지는걸요.
그러니 실수가 늘었다는 건 능력이 줄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어딘가에 힘을 많이 쓰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겠지요.
이럴 때 흔히 하는 게 자기 점검이에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고, 한 번 더 확인하고, 스스로를 계속 지켜보는 것이요.
저는 그게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감시하는 일에도 주의력이 드니까요. 그러면 남는 주의력이 더 줄어서 또 놓치게 되는걸요.
한동안은 이 고리에서 못 나왔습니다. 실수해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또 실수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머리에 담지 않고 밖에 적어둡니다. 가스 불은 껐다고 소리 내어 말하고 나오고, 약속은 듣는 자리에서 바로 적어요.
이게 기억력을 이기는 방법이라서가 아니에요. 머리가 붙들고 있어야 할 짐을 줄여주는 것뿐이지요. 짐이 줄면 남은 자리로 조금 숨이 쉬어지더라고요.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 편이 결국 덜 잊게 되는 게 좀 우습기도 했습니다.
남이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우리는 대개 그러려니 합니다. 그럴 수 있죠, 하고 넘기지요.
그런데 그게 자기 일이 되면 판단이 훨씬 가혹해지는걸요. 남한테는 한 번인 일이 나한테는 증거가 되니까요.
저는 요즘 그 차이를 좀 줄여보려고 합니다. 오늘 접시를 깬 게 나였다면, 다른 사람이 깼을 때 하려던 그 말을 나한테도 해주는 거예요. 그럴 수 있다고요.
안 하던 실수를 자꾸 하고 계시다면, 그건 요즘 무언가를 꽤 무겁게 들고 계시다는 뜻일 겁니다. 손이 미끄러지는 걸 탓하기 전에 무엇을 들고 있었는지부터 보면 마음이 좀 눅어지더라고요. 저도 오늘 그러고 앉아 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