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뭘 꺼내 보면서 몇 시에 나가야 하는지부터 계산하더라고.
밥이 나오기도 전이었어. 나는 그게 좀 걸렸어.
단골 얘기로는 요새 다 그렇대. 쉬는 시간에도 뭘 해야 할 것 같다는 거야.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인물들이 가만히 앉아 있는 장면이 꽤 많아.
조식. 숨을 고르고 기를 돌리는 거야. 운기라고도 하고 좌공이라고도 하지.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 그냥 눈 감고 앉아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게 수련으로 쳐줘. 검을 휘두르는 것만 수련이 아니야. 오히려 내가권 쪽은 이게 본론이지.
여기가 핵심이야. 무협에서 조식을 왜 하냐면, 그날 쓴 걸 정리하려고 해.
싸우고 나면 몸 안이 엉켜 있대. 그걸 안 풀고 계속 쓰면 어긋난 게 쌓여. 그러다 주화입마로 가는 거지. 힘이 사람을 잡아먹는 방식이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안 쉬어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제일 많아.
세 번째가 그래. 좋은 걸 얻어도 앉는 시간이 없으면 그게 몸에 안 붙어.
이 구분이 나는 좋더라. 무림에서 조식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일의 마지막 단계야.
했으면 정리를 해야 끝나는 거지. 정리를 안 하면 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앉아 있는 걸 아깝다고 안 해. 그게 빠지면 앞에 한 게 다 헛것이 되니까.
아까 손님이 나갈 시간부터 계산한 것도 그래. 앉아 있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셈하니까 아까운 거야. 마무리라고 생각하면 셈이 달라지잖아.
폐관수련이 왜 삼 년이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무협은 시간을 돈처럼 쓴다고.
폐관이 뭐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니야. 아무도 안 만나고 앉아 있는 거야. 그걸 삼 년 하는 거지.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서 벽을 넘어.
그러니까 무협이 제일 크게 치는 성장이 가만히 있는 데서 나와. 나는 이게 이 장르에서 제일 이상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대목이야.
객잔에서 오래 앉는 손님이 제일 많이 시킨다는 얘기를 내가 전에 했는데, 그건 장사 얘기만은 아니야.
오래 앉아 있는 손님은 대개 그날 뭔가를 마무리하러 온 거더라고. 말을 안 해도 그래. 한 시간쯤 앉았다가 표정이 좀 풀려서 나가.
여긴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어도 돼. 나갈 시간 안 물어봐. 그거 하러 오는 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