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둘이 같은 작품을 두고 다투더라고. 하나는 정통이라 하고 하나는 아니라고.
나는 둘 다 맞다고 봤어. 기준을 서로 다른 데 두고 있었거든.
정통무협이 지키는 게 몇 개 있어.
문파가 있고 배분이 있고, 강호의 예법을 따르고, 주인공이 밑에서 올라가. 붙어서 겨루고, 협을 갚고, 마지막엔 물러나. 약속을 지키는 게 이쪽의 미덕이야.
웹소설 무협 클리셰 얘기를 전에 했잖아. 비웃을 게 아니라 약속이라고. 정통은 그 약속을 하나도 안 깨는 쪽이야.
여기가 핵심이야. 신무협이 새로운 건 뭘 더 넣어서가 아니야. 정통의 약속 중 하나를 골라서 깨는 거지.
하나만 깨면 신무협이 되고, 나머지는 대개 그대로 둬. 다 깨면 그건 무협이 아니게 되니까.
그냥 깨는 게 아니야. 깨는 데 이유가 붙어 있어야 해.
주인공이 처음부터 센 작품이 늘어난 건 회귀나 빙의 때문이잖아. 무협이 언제부터 회귀하고 빙의했나 하는 얘기를 전에 했는데, 그건 무공 얘기가 아니라고 했지. 읽는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들어온 장치야.
그러니까 약속을 깬 게 아니라 다른 약속으로 바꾼 거야. 십 년 수련을 보여주는 대신 이미 아는 사람의 눈으로 보게 하는 거지.
아까 그 둘로 돌아가자. 하나는 문파랑 배분이 나오니까 정통이라고 했어. 하나는 주인공이 처음부터 세니까 아니라고 했지.
둘 다 맞아. 그 작품은 하나를 깨고 나머지를 지킨 거니까. 정통이냐 아니냐는 둘로 갈리는 게 아니라 몇 개를 지켰냐는 얘기야.
그래서 나는 이 말로 다투는 게 좀 아깝다고 봐. 어느 약속을 지켰고 어느 걸 깼는지를 말하면 되는데, 이름표를 붙이려니까 싸움이 되는 거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정통이 뭔지도 몰랐어. 그래서 이름표에 관심이 없어.
지금은 잡으면 뭘 깼는지부터 찾아. 그거 하나 찾으면 그 작품이 뭘 하려는지가 대충 잡혀. 지킨 건 어차피 다 비슷하니까 깬 자리가 그 작품의 전부야.
어느 쪽이 궁금한지 말해봐. 거기서부터 잡아줄게.